국내에서 모토로라와 삼성전자[005930]간의 맞대결로 진행됐던 `초슬림폰' 경쟁이 '세계 대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이저(RAZR, 모델명 ms500)'로 초기부터 초슬림폰 경쟁을 주도했던 모토로라와 삼성전자가 조만간 해외 시장으로 전장을 옮겨 경쟁에 나설 계획인데다 팬택[025930], LG전자[066570], VK[048760]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시장을 무대로 한 전면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VK는 처음부터 '저가 초슬림폰' 시장을 겨냥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거의 모든 가격대에서 초슬림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팬택.LG 초슬림폰 출시 봇물 팬택은 지난주 `슬림(Slim) 시리즈' 4종을 러시아에서 자체 브랜드로 출시했다. 4종은 모두 GSM(유럽통화방식)폰으로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동, 중남미, 동남아 등 전세계 시장에 모두 6종의 슬림 시리즈를 선보여 해외 시장 공략의 선봉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팬택앤큐리텔[063350]이 조만간 카메라, MP3 기능을 탑재한 슬라이드 슬림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달 홍콩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허치슨에 3세대(3G) 슬림폰 110만대를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17mm 두께의 '슬림 슬라이드폰(LG-SD290)'을 출시한 데 이어 4분기에는 두께를 대폭 줄인 본격적인 초슬림폰을 내놓으면서 '휴대전화 다이어트'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VK는 '저렴한 초슬림폰'으로 대박 기대 중견 휴대전화업체인 VK는 지난 7일 국내에서 출시된 휴대전화중 가장 얇은 초박형 휴대전화 VK2000을 출시했다. GSM(유럽통화방식)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VK2000은 두께 8.8mm로 초슬림 일 뿐 아니라 무게가 48g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제품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국내에는 오는 12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으로 출시된다. 이 제품은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 동남아, 미주 등에 대당 100달러 내외의 저가로 판매된다. 이철상 대표는 "삼성전자가 고가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저가시장에서 총공세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플하고 저렴한 VK2000이 해외의 신규시장에서, 또 고사양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VK가 현재 300만대 수준인 생산량을 오는 2007년 2천만대로 늘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것도 이 제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VK는 하반기에 VK2000의 후속 모델을 잇따라 내놓고 내수시장에도 슬림슬라이드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모토로라-삼성 `초슬림폰 전선'은 미국으로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블루투스 초슬림폰'(SCH-V740)과 CDMA(코드분할다중접속)형 '레이저'를 이르면 다음달중, 늦어도 4분기내에 스프린트와 버라이존을 통해 각각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슬라이드형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슬림폰 10여종을 준비중이며 이중 일부는 시장에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특히 '블루투스 초슬림폰'에서 키패드 등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야기됨에 따라 후속모델은 품질 개선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난해 출시한 `레이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시장 2위에 복귀한 모토로라는 바형 초슬림폰 '슬리버(SLVR)'와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용 `레이저II'(Razr V3x)폰을 하반기중 출시할 계획이다. 모토로라는 앞서 `레이저폰'의 검은색 버전인 '블랙 레이저'도 출시했다. ◇당분간 '휴대전화 다이어트' 경향 지속 전망 업계 관계자들은 초슬림폰이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부가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휴대전화가 본질적인 특성인 '휴대성'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면서 "융복합이라는 기술사적인 물결과 휴대성이라는 반작용이 맞부딪히는 접점에서 지금은 휴대성이 부각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는 다기능화와 휴대성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부품산업의 발전으로 크기와 무게는 줄어들면서 휴대전화가 자연스럽게 슬림 디자인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또 휴대전화의 융복합화에도 불구하고 신규시장에서는 여전히 단순 기능의 제품이 강점을 갖고 있고, 또 사용하지도 않는 복잡한 기능과 큰 크기에 싫증이 난 교체수요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저가형 슬림폰도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 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