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자 사법부가 올 가을 최대 현안인 4명의 대법관 제청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대법원은 이 후보자가 국회 동의절차를 거쳐 조만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으면 본격적인 대법관 제청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제청에 필요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등 인선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4명 한꺼번에 제청 가능성 = 올해 퇴임하는 대법관은 10월10일 유지담ㆍ윤재식ㆍ이용우, 11월30일 배기원 대법관 등 모두 4명이다. 원칙대로라면 신임 대법원장이 3명의 대법관 제청을 먼저 한 뒤 배 대법관의 후임을 다시 제청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 경우 짧은 기간 대법관 제청절차를 두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 법원 안팎에서 2주 가량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받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제청자문위원회를 거쳐 후보자를 확정한 뒤 국회 청문회 및 동의절차를 밟는데 적어도 40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지 않은 절차를 반복하느니 일정기간 대법관 공석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꺼번에 4명의 대법관을 제청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지명자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예정대로 이달 26일 취임하더라도 물리적으로 10월10일까지 3명의 대법관 취임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 견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4명의 대법관을 동시에 제청할 경우 후보자 추천, 제청자문위원회 등을 감안할 때 10월 말 대법관 제청이 이뤄지고 11월20일께 인사청문회 및 국회 동의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4명을 동시에 제청하는 방안과 3명과 1명씩 각각 추천하는 방안을 이 후보자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취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 대법관 누가 될까 = 이번 대법관 인선의 주목 대상은 기존의 대법관 제청패턴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 하는 점이다. 종래에는 사법고시 기수와 법원내 서열 위주의 대법관 제청이 이뤄졌지만 이같은 인사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법원 안팎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드센 상황이어서 이 후보자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때 "대법원은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수와 성별ㆍ연령과 출신 직역 등에 구애돼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재조출신과 연공서열 위주로 이뤄져온 대법관 인선과정에서 외부인사의 참여를 늘리거나 외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 조직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현직 법관 중 대법관이 나와야 한다는 법원 내부의 바람도 만만치 않아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법원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를 적절히 조합한 대법관 제청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강하다. 현재 법원에 남아있는 고참급 법관 중 대법관 진입이 가능한 기수와 인원은 사시 11회 1명, 12회 3명, 13회 8명, 14회 7명, 15회 8명, 16회 3명, 17회 6명 등이다. 그러나 이미 12회에서 양승태 대법관이 배출된 상황이어서 후임 대법관 제청자는 13회 이하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기수별로 보면 13회 이흥복 부산고법원장ㆍ변동걸 서울중앙지법원장, 14회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ㆍ이홍훈 수원지법원장, 16회 민형기 서울고법 수석부장ㆍ이태운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 17회 김능환 서울고법 부장ㆍ손용근 법원도서관장ㆍ김종대 부산고법 수석부장ㆍ차한성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 등 10여명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법원 외부인사 중에 지금까지 시민단체 등을 통해 한 번이라도 추천된 인사는 최병모(16회)ㆍ문흥수(21회)ㆍ박시환(21회)ㆍ박원순(22회) 변호사 등이지만 의외의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 몇 기까지 내려갈까 = 법원 내부에서는 외부에서 수혈되는 대법관 외에 현직법관 중 대법관이 되는 기수가 어느 선까지 내려갈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순히 누가 대법관이 되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 후배나 동기 법관이 대법관에 오를 경우 법복을 벗는 관행에 따라 자칫 고위법관들의 대규모 용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대법관이 된 사시 12회 양승태 대법관의 선배 법관중 현직은 1명에 불과하고 동기도 3명 뿐이라는 점이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따라서 고위법관의 퇴직사태를 막기 위해 기수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이 후보자의 의지와 달리 법원 내부인사의 경우 기수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따라서 대법관 후보군은 13회에서 15회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기수가 그 이하로 내려간다면 대규모 용퇴로 법원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 5명의 대법관 제청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이번에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대규모 이탈이 생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로 1999년 최종영 대법원장이 취임했을 당시 첫 해 3명의 대법관 제청 때는 고위법관 사퇴가 거의 없다가 이듬해 5명의 대법관 제청이 이뤄지고 나서야 줄사퇴가 발생했다. 더욱이 2007년부터 전국 5개 고등법원에 3심격인 상고부가 설치돼 법원장급 법관들이 배치된다는 점 때문에 내년에 5명의 대법관 제청이 이뤄지더라도 종전과 같은 용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관 제청시 사시 기수가 예상보다 크게 내려갈 경우 일정 부분 법관들의 줄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