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예산(豫算)과 기금을 합친 내년도 나라 살림(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6.5% 늘어난 221조원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중 일반회계 예산은 올해보다 8∼9% 증가한 145조원 안팎에 달한다니 정부가 추정하는 경제성장률(5%)보다도 훨씬 높은 증가율인 셈이다. 정부가 여러 가지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욕은 좋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요즘처럼 지속된다면 세수가 뒷바침되지 못해 당초 계획했던 사업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내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성장보다는 분배에 중점을 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또한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적자(赤字) 국채 발행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갖게 된다. 당정은 R&D(연구개발)와 복지 국방 부문에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지만 구체적인 씀씀이를 보면 역시 복지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초 생활보장 부문이 올해보다 22%가 늘어나는 등 복지 예산이 11% 증액된 54조6000억원에 달한다. 경기가 나쁠수록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을 희생하면서까지 복지를 늘려선 곤란하다. 경기가 부진한데 복지예산만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성장이 소홀해져 세수가 감소하는 악순환만 이어질 뿐이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등 성장잠재력 확충 부문에는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誘致)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민자유치사업(BTL)의 실효성이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R&D를 포함,기업투자를 확충할 수 있는 성장부문에 더 많은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내년 재정운용과 관련,한 가지 더 정부가 유념할 것은 적자재정의 고착화다. 올해 9조8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9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 2000년만 해도 100조원 정도로 비교적 건전한 편에 속했던 국가 채무(債務)는 공적자금 투입과 마구잡이식의 국채발행 결과 올해 말에는 246조원,내년 말에는 279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경기침체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아직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지만 국채발행을 통한 국가채무 증가가 이렇게 빠르다면 머지않아 재정운용의 제약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