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 이재용 환경부장관,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 사회 :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 한경.환경재단 공동기획 -------------------------------------------------------------- 지속가능경영은 21세기 기업경영의 핵심 화두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대를 맞아 사회공헌 인권 환경 윤리경영 등 사회와 고객이 요구하는 새 가치질서에 부응하지 못하면 영속적 기업경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환경은 국제통상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가 간 그리고 대륙 간 환경 주도권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환경재단과 공동으로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대표 등을 초청해 신국제환경체제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의 현실과 과제,정부의 정책방향 등을 점검해 봤다. ◆사회=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을 위해 한국이 최근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인도 등 6개국 간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두고 유럽 중심의 교토의정서 대신 미국 주도의 새 환경 로드맵에 편승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이재용 장관(이하 이)=오는 11월 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여기에서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는 2012년 이후 새로운 온실가스 규제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온실가스방출량 감축 외엔 대안이 없다. 그래서 기술개발 협력에 초점을 둔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십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교토의정서의 보완적 의미라고 보면 된다. ◆최열 이사(이하 최)=이미 규제는 시작됐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오히려 국제환경규제에 대한 기업의 위기의식만 느슨하게 할 수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06년 7월부터 '특정 유해물질 사용 제한 지침(RoHS)'을 발효한다. 이때부터는 납·수은·육가크롬·카드뮴 등 유해물질을 사용한 전기·전자제품의 EU 내 생산과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문국현 대표(이하 문)=에너지 관련 기술개발 노력을 게을리할 이유는 없다. 국제 석유값이 배럴당 60,70달러를 지속하면 연간 600억달러를 기름 수입에 쏟아부어야 한다. 이것을 20%만 줄여도 얼마나 좋은가. 예컨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연비가 기존 가솔린차의 3∼4배다. 이 차가 10년 매출을 보장해줬다.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있으면 활용해야 한다. ◆이=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를 위해선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예컨대 노타이 캠페인처럼 대중적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 위기의식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사회=교토의정서와는 무관하게 이미 국제적 환경규제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처가 문제다. ◆이=EU만 하더라도 전기 전자 자동차 섬유 등에 대한 환경규제를 이미 하고 있고,더 확대할 조짐이다. 이들 분야는 전체 유럽 수출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마저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심각하다. ◆문=산업자원부 환경부 등이 대기업과 협력해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의 환경경영 경쟁력을 높여야 수출이 잘 되고 대기업도 산다. ◆이=환경부도 정보부족 등으로 친환경 경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중기 환경경영 교육프로그램도 강화하겠다. ◆사회=국내에서 환경경영이 화두가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그래서인지 아직 개발과 양적 성장이라는 현실과는 갭(Gap)이 크다. ◆문=해외는 이미 수십년도 더 됐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환경경영 신봉론자였다. 이게 80년 전의 일이다. 잭 웰치는 후계자인 이멜트에게도 "CEO가 환경경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교육할 정도였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최=동감이다. 1991년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앨 고어 부통령을 만났다. 당시 고어는 "쾌적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온다"며 화학물질을 쓰지 않는 아이스크림 회사를 소개해줬다. 폐수처리 과정을 보여주고 정제된 물을 사장이 직접 마시기도 했다. 그 회사 매출증가율이 미국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사회=환경경영을 유인할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3만여개의 공공기관을 친환경상품 의무구매 대상기관으로 지정해 환경마크상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환경상품을 많이 사줘야 환경투자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금융지원도 준비 중이다. ◆사회=환경분야 기술육성을 위해 10개년 계획을 세웠다는데, ◆이=환경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까지 모두 1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에코스타프로젝트'라는 이 사업의 핵심과제는 무·저공해 자동차,물처리,자원 재활용 등과 관련한 기술개발이다. 이와 함께 빛을 못 보고 있는 민간부문 신기술을 많이 발굴하겠다. ◆문=디지털,버추얼,나노,모바일 기술 등은 시공간 개념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지구상의 산업역사도 다시 쓰여지고 있다. 이런 기술이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이 잘 된다면 하이브리드 환경기술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수십조 달러 규모의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 ◆사회=환경규제로 이야기를 돌려보자.기업들은 특히 환경규제를 무서워 한다. 이를테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처럼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규제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다. ◆최=두드려 잡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세계경제 흐름의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 국제시민단체가 이슈를 만들면 그게 글로벌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단체들이 이슈를 생산할 때부터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문=자원을 적게 쓰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환경규제는 걱정할 게 아니다. 미리 준비하면 된다. ◆이=기업의 의견을 공부하듯 듣고 있다. 환경규제는 국가와 기업 성장에 필요한 경쟁력을 창출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아울러 국제기구나 회의 등에 적극 참여해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여 국제사회를 주도하겠다. ◆사회=결국 국가나 기업의 환경경영은 교육의 힘이 아닌가. ◆최=어린이들에게 섬진강은 친구다. 이용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입시중심 교육체계 탓에 성인이 되면 바뀐다. 조기 체험교육이 절실하다. ◆문=사람이 자원이다. 환경기술도 결국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환경은 기회이자,블루오션인 셈이다. 정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