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700억원대 채권을 매입했다는 진술이 전직 삼성증권 직원으로부터 나와 검찰이 진위여부 확인에 나섰다. 채권 500여억원의 용처를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7일 채권 매입과정에 실무역을 맡은 삼성증권 출신의 최모씨로부터 삼성측 요청으로 매입한 채권 규모가 700억원대에 달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권매입 규모가 800억원보다 훨씬 적은 액수라는 입장을 유지해온 삼성측 주장과 상반된 것이어서 향후 검찰 조사를 통해 정치권에 제공된 삼성의 자금 규모가 기존에 확인된 액수보다 많아질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기간 사채업자를 조사한 끝에 삼성이 매입한 채권이 800억원대라는 진술을 받아냈으나 채권 일련번호 등이 특정되지 않아 정확한 매입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검찰에 소환됐던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부회장은 "채권 규모가 800억원에 훨씬 못미친다"고 주장해 검찰은 그동안 사채업자 등을 중심으로 채권 규모와 일련번호 확정작업을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은신처에 숨어있다 5일 검거된 최씨를 조사한 결과 2002년 1월부터 10월까지 삼성 구조본 박모 상무(사망)의 요청으로 명동의 사채회사 I사로부터 채권 브로커 김모씨를 통해 대략 700억원대 채권을 매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사채회사 I사는 검찰에서 브로커 김씨에게 판매한 채권 규모가 800억원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삼성측이 대선전 매입한 700억원대 채권 가운데 정치권에 제공된 330여억원 외에 약 370억원은 용처가 묘연해지는 만큼 필요하다면 이 부회장이나 김인주 삼성 구조본 사장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특히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우리가 산 것은 800억원보다 훨씬 적다. 남은 채권 중 일부는 회사 용도로 쓰고 일부는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진술이 허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이 부분도 규명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씨의 체포영장 만기시한이 7일 오후 늦게까지 조사했으나 최씨는 채권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다 최씨 개인의 탈세혐의도 영장을 청구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