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 > 낚시인구가 잠재 수요까지 포함하면 500만명에 이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숫자가 증가한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종종 찾고 있는 군산 인근 어청도가 복마전으로 변해버린 바다낚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낚시꾼을을 보는 섬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막대한 양의 수산자원을 낚시꾼들이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은 어종의 산란기도 무시하고 마구 고기를 잡아댄다. 농어의 산란기인 5~6월에는 '알배기 농어'를 잡는 것이 목적인 낚시꾼들이 태반일 정도다. 어청도 어민들은 몇 년 전부터 어족자원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자율관리 어업협정에 합의,낚시로만 고기를 잡고 있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각오하고 그물질을 자제하고 있는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고기잡이의 기본 규칙까지 무시하며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낚시꾼들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율관리 어업협정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어민들이 '룰'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낚시꾼 옆에 자리를 잡고 통발이나 그물로 고기를 잡는 것이다. 이제 악순환이 시작된다. 우직하게 어족자원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며 낚시어업을 주장한 어촌계장은 어민들의 인심을 잃는다. 그 다음 순서는 룰을 지키자고 주장하던 어민들까지 슬그머니 그물 어업에 가담하는 것.수산자원의 고갈속도는 다시 빨라진다. 몇 년이 지나면 주민들이 그토록 보기 싫어 했던 낚시꾼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이유가 주민들이 그토록 늘어나기를 바라마지 않던 어족자원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낚시꾼들이 위험에 방치돼 있다는 문제도 더불어 해결해야 한다. 많은 낚시인들이 안전이 미흡한 소형어선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섬으로 이동한다. 물론 낚시꾼들의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 그러나 서해안은 구명조끼만으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바다다. 여기저기 암초가 널려 있고 양식장 시설,부이,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 등 위험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쪼록 바다 낚시 문제를 신중히 다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