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구호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수천명이 사망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등 카트리나 대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 마이크 리비트 미국 보건장관은 4일(이하 현지시간)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카트리나와 그 여파로 인한 사망자수가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확인했고, 현지 주요 언론들은 카트리나 희생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 유일 전국지인 USA 투데이는 뉴올리언스 르포를 통해 "이재민들이 빠져 나간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면서 "물이 빠져나간 주택 다락방과 구겨진 휠체어, 아직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 고속도로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담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미 당국 `카트리나 희생자 수천명' 첫 공식 확인 = 리비트 장관은 일요일인이날 CNN에 출연, "지금 우리는 어렵고 비극적인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 "이번 재해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순 없지만 수 천명 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카트리나 희생자 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미 연방 관리가 이 정도 규모의 사망자 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뉴올리언스 인구가 50만명이고 카트리나가 강타하기 전에 빠져나간 시민, 대피시설에서 탈출한 이재민 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수 천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밴더웨건 해군소장도 인터뷰에서 "세인트 개브리얼 프리즌에 있는 한 시체공시장에만 1천-2천명의 시신이 수습돼 있다"고 밝혔다. ◇ 경찰, 뉴올리언스에서 최소 5명 사살 = CBS와 CNN 등 주요 방송사들은 뉴올리언스 다리 위에서 이날 경찰이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8명에게 총격을 가해 그 중 5-6명이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W J 라일리 뉴올리언스 경찰부청장은 "이번 총격은 뉴올리언스 북쪽에 위치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덴지거교 위에서 벌어졌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총격이 이뤄진 배경과 이유, 정확한 사망자 수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 미시시피주에 이질 나돌아 = 리비트 장관은 또 "미시시피주 빌럭시에서는 이질 발생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CNN 등은 "피해지역에서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물에 잠겨있는 시체들이 처리되지 않고 있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E콜리 박테리아 등을 포함한 전염병이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제2의 `초대형 허리케인' 북상설에 한때 초긴장 = 카트리나에 이어 올 시즌 5번째 허리케인 '마리아'가 대서양 먼바다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북상, 한때 미 전역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으나 다행스럽게도 미 본토가 아닌 해안지대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돼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날 "마리아는 지금 버뮤다 남동쪽 970㎞ 해상을 중심부가 통과하고 있다"면서 "육지에 위협을 주지는 않고 선박들의 항해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마리아는 최대풍속이 120㎞/h로 20.92㎞/h의 속력으로 북서진하고 있는 중이다. ◇네티즌 `자연 무시한 인간의 오만' 비판글 쇄도 = 방송과 신문 등 주요 언론에는 `자연질서를 무시하고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인간의 오만'을 지적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과거 그리스 신화에서 보았듯 신은 사악한 인간이 자연을 무시하고 해양을 건너가려 할때 언제나 바람을 일으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게 했다면서 이번 카트리나도 인간의 오만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을 내렸다. `엘런 루퍼트 쉘'이라는 네티즌은 워싱턴 포스트에 올린 글에서 "인간은 첨단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불안정한 지역에다 집을 짓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카트리나 대재앙은 자연을 극복대상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상임을 다시한번 인식토록 했다"고 부연했다. ◇ 美, EUㆍNATO에 긴급 지원 요청 = 미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들을 위한 담요와 구급상자, 급수차량, 구호식량 등 비상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이날 연방 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워싱턴 주재 EU 집행위원회측에 긴급지원을 공식 요청했으며, 첫 요청분은 전투식량(MREs) 50만개와 담요 수만장, 구급상자및 식수 공급을 위한 급수차량 등이라고 EU집행위는 밝혔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이 지원을 약속했으며 일부 회원국은 즉각 파견할 수 있는 특별인력까지 대기시키고 있다. NATO 역시 워싱턴으로부터 구호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빌 프리스트 원내대표, 의료자원봉사 나서 =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엄청난 재해를 당한 뉴올리언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의원 신분이 아닌 일반인의 자격으로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키로 했다. 그는 출발에 앞서 공항에서 "연방정부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너무 늑장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