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엄습하기 전만 해도 국제유가가 100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견해는 비웃음을 샀으나 이젠 그렇게 무리한 전망이 아니라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카트리나가 21세기의 첫 오일 쇼크를 촉발했다"고 전제, 카트리나가 남긴 충격을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의 `오일 쇼크' 당시와 비교 분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석유협회(API)의 존 펠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이제 전인미답의 지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고, 캐나다에너지연구소의 빈센트 라우어만도 "어딘가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유가 세자릿수 시대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에너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돌발사태로 ▲사우디아라비아내 테러 공격(발생 가능성 10%) ▲나이지리아 석유 노동자들의 소동(30%) ▲이라크 석유산업에 대한 공격(50%) 등 9개 국가의 잠재적 사례를 예시했다. 웨인 허머 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허머는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이른다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경제는 바닥을 기게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오늘날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원유 공급능력의 부족과 정제능력의 부족을 들었다. 원유의 경우 1980년대에도 수백만 배럴의 여분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었던 사우디 아라비아가 지금은 보유능력의 거의 100%를 생산하고 있는데서 보듯 간헐적 부족사태를 보충해줄 만한 공급 능력이 없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이보다 훨씬 중요한 위기는 원유를 휘발유나 제트유 등 소비품목으로 정제하는 정유시설이 부족하다는데 있다면서 지난주 원유가격은 2% 오른 반면, 휘발유 가격은 14%나 오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내 정유시설의 수는 149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정제능력도 하루 1천700만 배럴로 10%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휘발유 소비는 하루 배럴당 950만 배럴로 45%나 증가해 수급 사정이 악화됐다는 것. 로버트 마브로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장은 "카트리나가 촉발하기는 했지만 문제의 근원은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면서 "정제시스템이 여분의 재고도, 여분의 능력도 없이 무리에 처했다"고 말했다. 석유의 역사를 그린 저서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다니엘 예르긴은 수요가 급증한 상태에서 공급측면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하면서 "지금은 1973년을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석유 수요는 그전 10년의 수요증가세의 갑절씩 증가했고, 이런 상황에서 카트리나가 엄습, 미국내 원유생산의 약 4분의 1을 생산하는 지역의 시설가동을 중단시켰고, 미국내 정유산업의 10%에 타격을 가했다. 그러나 1970년대 당시 석유구매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늘날의 2배였고, 당시 미국 정부는 석유 가격 및 보급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었던 점 등 오늘날과 1973년은 다른 점도 상당히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