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선물세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의 추석 선물 예약판매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100만원이 넘는 고가 선물세트 판매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윤리 경영 등으로 선물 문화가 바뀌면서 고가 선물세트가 외면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추석 선물용으로 1천500만원짜리 `슈퍼와인 세트'를 내놓았으나 아직 팔리지 않았다. 슈퍼와인 세트는 전세계적으로 1천병 한정 생산된 2000년산 `샤토무똥로칠드' 1병과 일반 와인 15병으로 구성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몇차례 문의는 왔지만 워낙 고가여서 그런지 사겠다는 고객은 없었다"고 말했다. 396만원짜리 `은공예 명품 멸치 세트'와 200만원하는 `황토염 황제굴비', 198만원짜리 `헤로즈 영국 왕실 명품특선세트'는 1~2개 판매되는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국내산 참조기 중 길이가 33cm 이상인 것만 골라 담은 `프리미엄 굴비 세트'(200만원)를 5세트 내놓았으나 아직 한 세트도 못 팔았다. 세계 3대 진미로 불리는 캐비아, 푸아그라, 트러플과 프랑스산 1등급 와인으로 구성한 `세계 3대 진미.와인세트'(170만원), `화식한우 자연 송이세트'(100만원선)도 아직 찾는 사람이 없다. GS스퀘어 백화점 부천점이 추석 선물용으로 선보인 1천200만원짜리 코냑 `프랑소와 라벨레 후라팡'도 팔리지 않았다. GS리테일 서정욱 차장은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운지 아직 문의조차 없었다"며 "기업들의 윤리 경영 등 고가 선물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병에 7천만원이라는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명품 위스키 `맥캘란 1926' 역시지난 6월 말 출시된 이후 아직 판매되지 않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로비용으로 고가 선물세트가 각광을 받았으나 사회가 투명해지고 합리화되면서 고가 선물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며 "백화점들도 이런 추세에 맞추어 고가 선물세트를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