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山丁) 서세옥(76)은 지명도에 비해 작품세계의 전모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원로작가다. 1955년 불과 26세의 나이에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고 32세에 국전 심사위원이 됐으며 수십년간 서울대 강단을 지키면서 한국화단에서 가장 높은 명성과 권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선보인 '인간'시리즈 이외는 미술계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서 화백이 덕수궁미술관에서 대규모 기념전을 갖고 있다. 5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화 68점과 스케치 전각 등 평소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산정은 1960년대 묵림회(墨林會)로 대표되듯,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이끌었던 선구적 인물이었다. 한국화에 극도의 추상성을 시도한 '점의 변주''선의 변주'에서부터 70년대에는 단순한 구성으로 자연을 화폭에 담은 '즐거운 비''구름이 모여드는 공간' 등을 발표했다. 그의 대표작인 '인간'시리즈는 농묵과 담묵 파묵 발묵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작가의 말대로 "바람 불고 천둥소리 일어나는 듯" 번뜩이며 내려쳐진 선들로 가득하다. 고독한 사람,어우러진 군중,활기차게 춤추는 인간 군상 등이 최소한의 선들로 이뤄져 있다. 화려한 명성에 비해 그는 1974년에야 현대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질 정도로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열성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 대부분은 작가가 소장하고 있다. 서 화백은 "완벽한 인생이나 예술은 있을 수 없으며 항상 불확실하고 미완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완벽이 있다면 그 순간 붓을 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10월30일까지.(02)2022-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