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김 수입쿼터를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이 분쟁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한국측 사령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아들로,2대에 걸친 '한·일 간 김 전쟁' 사연이 화제다.


김 본부장의 부친인 김 전 대사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당시 주일대표부에 근무하면서 일본으로부터 김 수입 쿼터를 받아낸 교섭 당사자였다.


그의 아들인 김 본부장이 꼭 40년 만에 아버지의 대를 이어 똑같은 '김' 문제로 일본과 국제 협상테이블에서 결전을 치르고 있는 것.


김 본부장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제네바에서 일본의 김 수입쿼터제도의 협정 위배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개최된 WTO 1차 분쟁조정 패널 회의에서 다양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일본측을 압박,'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관례에 따라 비공개로 열린 패널 회의에서 한국은 '환경,보건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량을 기준으로 한 수입제한 조치는 철폐해야 한다'는 WTO 협정의 조항 등을 내세우며 일본측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김이 WTO 협정에서 규정한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궁색한 논리를 펼쳤다는 것.소식통들은 일본 수산청 관계자가 김이 '식물'이 아닌 '동물'이라고 강변해 실소를 자아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WTO에 일본의 김 수입쿼터제도를 제소했고 WTO가 정한 절차에 따른 두 차례의 양자협의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패널 판정이라는 중재절차를 밟게 됐다.


한국의 WTO 제소는 일본이 지난해 10월 김 수입쿼터를 중국에도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 전쟁'에 나선 김 본부장 등은 대체로 승소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번 분쟁은 한·일 양국이 WTO를 무대로 벌이는 사상 최초의 분쟁으로 오는 10월 2차 공방전이 있을 예정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