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미국의 피해가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특히 에너지 수급에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파급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피해가 크기는 하지만 미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월가의 실물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최대 에너지 단지인 걸프만의 피해가 인프라 차원에서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31일(이하 현지시각) "피해 복구에 몇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상황이 심각함을 시인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전략비축유를 긴급 방출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심각한 휘발유난이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 환경부는 정유난 해소를 위해 휘발유 청정규제를 일시적으로 풀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월가 일각에서는 미 경제에 대한 `카트리나 쇼크'를 줄이기 위해 FRB가 지난해 이후 고수해온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바꿀지 모른다는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다우존스는 금리 향방을 예측케하는 가늠자의 하나인 10년만기 미국채 수익률이 31일 4%까지 하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FRB가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시장의 관측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는 9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가 또다시 0.25%포인트 올라 3.75%로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월가의 중론이다. 뉴욕 타임스는 31일자에서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훨씬 심각하고 광범위하다"면서 특히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보험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험금 규모가 250억달러까지 추산되고 있으나 침수의 경우 천재지변으로 보상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 5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은 뉴올리언스의 경우 저지대인 시 대부분이 침수됐다. 경기예측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에 "원유값이 배럴당 65-70달러를 당분간 오르내릴 것으로 `가장 낙관적'으로 관측해도 미국의 오는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케인 피해 복구가 경기진작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카트리나로 인한 인프라 피해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그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당초 3%대로 예상된 미국의 4.4분기 성장이 `제로'로 급락할지 모른다는 극단론도 제기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31일 카트리나로 인해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휘발유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케빈 노리시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미국의 휘발유값이 이미 기록적 수준"이라면서 "여기에 카트리나가 덮침으로 인해 미국 에너지 수급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우려했다. 석유 거래인들은 31일 갤런당 2.92달러까지 치솟은 휘발유 선물값이 3.5달러대로 더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AE)의 클로드 망딜 대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지금의 정유난이 미국은 물론 자칫 전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유럽의 휘발유 도매값도 밤새 10%나 치솟았음을 상기시켰다.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미국 최대 산유 및 정유 단지인 걸프만의 에너지 공급이 카트리나가 엄습한 후 4일째 사실상 올스톱돼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다리와 교량 등 인프라 파괴가 심각하기 때문에 과거 허리케인들 때에 비해 에너지 부문 피해복구에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