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경제협력 협상의 멕시코측 총책임자인 페르난도 카날레스 경제장관은 30일(현지시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방식의 경제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멕시코 노티멕스 통신이 보도했다. 따라서 내달 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을 통해 멕시코와 FTA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협력을 체결하기 위해 공식 협상을 시작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려던 우리 정부의 노력은 사실상 무위로 끝날 공산이 높아졌다. 카날레스 장관은 이날 `자동차판매점 및 백화점 전국 협회(ANTAD)'가 마련한 회의에 참석, 노티멕스 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멕시코는 한국과 FTA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카날레스 장관은 한국이 국제통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멕시코측이 한국과 협상하려는 것은 멕시코로서도 관심 있는 일부 품목의 관세를 조정하는 등의 제한적 범위의 경제협정 방식이라고 말했다. 카날레스 장관은 멕시코측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농축산물과 식품 등을 예로 들었다고 노티멕스는 전했다. 앞서 카날레스 장관은 작년 5월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에서 당시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양국 공동 전문가 회의를 통해 양국 경제협력을 신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후 한국-멕시코 양국의 정부, 학계, 업계 대표로 구성된 `한.멕시코 경제관계 를 위한 공동연구단'은 이달초까지 모두 6번의 회의를 개최해 공동연구보고서를 채택하고 1년여에 걸친 공동연구를 마쳤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원하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EPA) 방안과 멕시코측의 부분적 경제협정 방안이 팽팽히 맞서 통일된 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고 여러 안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멕시코 경제부 헤라르도 트라슬로세로스 다자통상국장도 지난 22일 스페인 EFE 통신과 회견에서 한국-멕시코 양국이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공식 대화를 종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멕시코가 체결한 방식과 유사한 EPA를 통해 현지투자와 기술이전을 제공해주는 대신 FTA 효과를 얻는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과 멕시코 간 FTA 협상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멕시코 진출 현지 업체들은 물론이고 멕시코 신규 진출을 노리던 상당수 기업인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지상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양국 정상간 회담에서는 뭔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 데 실망감이 너무 크다"면서 "일부 품목만 제외하면 FTA 체결 없이는 정상적 수출의 통로가 막혀 향후 사업계획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멕시코가 FTA를 체결한 국가가 43개국에 달한다는 점에서 우리 제품만 기존의 고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퇴출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일부 업계는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관세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타이어 품목이다. 대멕시 코 10대 수출품 가운데 천연색음극선관, 컴퓨터 부품은 절반 가까이 수출이 줄었다. 비(非) FTA 국가란 이유를 달아 관급 공사 입찰을 원천 배제하는 비관세 장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멕시코는 지난해 2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우리의 제4위 무역흑 자국이자 중남미의 주요 수출시장이다. 우리로서는 양국간 교역뿐만 아니라 미주시 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측면에서도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