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1일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대책은 과거처럼 대증요법에 급급한 단기 처방이 아니라,매우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처방"이라며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실제로 이번 대책을 '마지막 부동산 대책'이란 각오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개발부담금제 부활,강남 대체 신도시 건설,임대주택 활성화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은 대부분 동원했다. 8·31대책이 '부동산 정책의 종합 세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특히 지난 2003년 10·29대책과 달리 부동산 세제 강화 외에 주택 공급확대책을 함께 담았다는 게 눈에 띈다. 세제를 통한 수요억제 일변도의 대책을 우려했던 시장에선 환영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부동산 세제의 강도를 무분별하게 올리다 보니 2억원짜리 주택 2채를 가진 사람이 6억원 짜리 1채를 가진 사람보다 양도세를 더 물어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억제가 어렵사리 되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짓밟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수요 억제+공급 확대' 병행 8·31대책의 두 축은 세제 강화를 통한 부동산 수요 억제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다. 세제 강화는 고가·다주택자와 땅부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주택과 나대지의 종부세 인상,1가구2주택과 비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양도세 50~60% 중과가 대표적이다. 일단 주택과 땅의 보유세를 인상해 매물을 유도하고,팔 경우 양도차익은 투기 불로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으로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투기수요를 차단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고강도 부동산 세제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 일각에선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금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이로 인해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라는 확고한 원칙 앞에서 현실론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대책에 시장에서 요구한 공급 확대책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점이다. 강남의 고급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송파구 거여동의 200만평 신도시 개발은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준 상징이다. 수도권에 택지를 늘리고,중대형 아파트 비율을 높이기로 한 것도 시장의 목소리를 정부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그러나 "집값이 잡히기 전엔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강남권 공급 확대에 일정한 선을 그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정책 만능주의 우려도 문제는 이번 대책이 정부 의도대로 부동산 시장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와 주택 공급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과거 대책과 달리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안정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도 분명해 최소한 2007년까지는 시장이 숨 죽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의지와 목표가 부동산 시장을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도 하나의 상품으로 기본적으론 시장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며 "그런 점을 무시한 채 국지적인 집값 상승을 무조건 시장의 실패로 규정하고,정부가 너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더구나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정책으로 부동산 값을 내렸다 올렸다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궁금한 사항 물어보세요 > ☞세제 관련 △재정경제부 부동산실무기획단(02)2110-2933∼5 △재정경제부 세제실 재산세제과(02)2110-2182∼4 △재정경제부 홈페이지:www.mofe.go.kr ☞주택 및 토지공급 관련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02)2110-8160∼1 △건설교통부 토지정책과(02)2110-8151∼2 △건설교통부 홈페이지:www.moct.go.kr ☞지방세제 관련 △행정자치부 지적과(02)3703-5661∼5 △행정자치부 세제과(02)3703-5017∼8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www.mogah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