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자본 '예찬'도 '경계'도 말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최근 프로농구 인기가 올라간 것은 용병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용병 기용으로 박진감이 더해졌고 우리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됐다.
외국자본은 용병에 비유될 수 있다.
외국자본을 잘 활용하면 우리 경제에 '약'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한, 농구의 용병 수를 제한하듯이 외국자본의 규모를 규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외국자본은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자본(헤지펀드)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외국자본은 전주(錢主)에게 일정 수익률을 약속한 '사모펀드'로 기업경영 능력을 가진 외자기업이 아니다.
따라서 외국자본이 추구하는 것은 자산운용을 통한 투자수익 창출이다.
투자행태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되팔거나 저평가된 우량기업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단기 투자수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행태에 대해 도덕적 잣대를 댈 필요는 없다.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외국자본은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금융산업의 경우, 제일은행과 한미은행을 인수해 재매각한 뉴브리지캐피탈과 칼라일 펀드는 각각 1조원과 6000억원이 넘는 매매차익을 남겼다.
실물자산 매각도 마찬가지다.
도심의 웬만한 고층건물은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갔다.
'국부유출' 논쟁이 일만도하다.
그러나 당시 '부실채권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시스템의 복구와 당시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감안할 때 우리경제가 치른 대가는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버린이 SK㈜와 경영권 분쟁을 통해 벌어들인 8000억원은 '비싼 대가'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이 결과적으로 SK㈜의 지배구조를 개선시킨 데 일조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은,소버린의 차익실현의 토대가 된 급격한 주가 상승이 지배구조개선에 기인한 것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낙후된 지배구조가 경영권 분쟁의 빌미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베일에 가린 소버린이 지배구조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소버린의 공격이 가능했던 것은 분식회계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점도 있지만,결정적으로는 출자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주식 맞교환'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소유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체계의 허점과 반(反)재벌정서가 소버린에 '대박'을 제공한 것이다.
천적(天敵)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위협은 필요하다.
경영권을 둘러싼 공격과 방어는 공정한 조건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출자규제와 의결권 제한 등 국내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규제로, 국내기업은 경영권 방어에 있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대항마로서 토종펀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자본의 '창'은 놔두고 우리 기업의 '방패'만 뺏은 꼴이다.
또한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새로 주인을 기다리는 기업들로 기업인수시장은 달아오를 것이다.
하지만 역차별적 출자규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부실기업 인수에 이어 외국자본의 독식이 또 한 차례 예상된다.
이제는 외국자본에 대한 예찬과 경계를 넘어 국익의 관점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선별안'을 가져야 한다.
경영권 경쟁을 촉진하되 국내기업을 역차별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경영자원 투입이 과다해지지 않도록,경쟁조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또한 외국자본의 투자수익을 과세하고 국내제도를 위반하면서 투자를 조기회수하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