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로 국내 자동차업체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8일 노조가 올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기본급 8.48%(월 임금 10만9181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이 퇴직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12.4%의 인상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는 없는 퇴직금은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노조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임금협상에서 해마다 두자릿수 임금 인상률 안을 제시,물가상승률보다 2~3배가량 높은 인상률을 얻어냈다. 현대차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 외에도 정기상여금 100%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배분,사회공헌기금 및 진료비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04년을 기준으로 현대차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포드의 4분의 1,도요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로 투자가 위축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9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기아자동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8.4%(월 임금 10만7485원) 인상 △라인수당 1만6336원(1인당 평균) 인상 △성과급 300%+α 지급 △2004년 추가성과급 100% 별도 지급 등을 내걸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85.5%와 11.4% 줄어드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경우 올 상반기 685억원의 적자를 기록,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만큼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쌍용차 노조는 월 임금 11만9326원(기본급 1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