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대차 노조의 결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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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호 < 전경련 상근부회장 >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1962년 조립생산을 시작한 이후 현재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는 자동차를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정부의 정책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도 노사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밤낮없이 생산과 수출현장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 모델을 소개하면서 '학창시절 바보 같던 친구가 성인이 돼 갑자기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처럼 멋지게 변한 것 같다'고 비유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격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가 이렇게 괄목상대하게 된 현대자동차가 올해 또다시 노사분규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11년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요즘 눈에 띄게 쇠락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 노조와 GM 노조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닮았다.
GM 노조는 미국 내에서 최강성으로 미국자동차노조(UAW) 산하 노조 중 영향력이 가장 크다.
현대차 노조 역시 민주노총의 최대 사업장이다.
협상결과가 다른 기업 임.단협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점에서도 양쪽은 비슷하다.
그러나 한때 세계 최고의 자동차기업으로 군림했던 GM은 강성노조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급변하는 세계경영 환경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신용평가가 정크 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을 보는 GM 근로자들의 심정은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 노조는 지난 1950년 이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았다.
매년 1조엔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도 1등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하는데 선선히 동의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태도는 도요타가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과 기술을 구현하는데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1인당 생산성은 2004년 기준으로 도요타의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1인당 매출액 역시 도요타의 4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1인당 실질구매력 기준 인건비는 도요타의 85%,GM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으로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노조는 수년간 인사ㆍ경영권 참여를 요구해 상당부분 관철시켰으며 더 많은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은 수요가 많은 차량의 생산을 위해 일손이 남는 다른 공장의 근로자를 전환배치시키기 위해 노조의 합의를 구해야 한다.
차량의 생산량 조절 역시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비인기 차종에 배치된 인력의 20~30%가 유휴인력으로 있으면서도 인기 차종 공장에서는 일손이 없어 특근과 야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경쟁 격화로 향후 3~5대 메이커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이 절실하다.
지금 현대차 노조는 기업 경쟁력을 위한 미래 투자보다는 경영상의 더 많은 권한,보다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임금인상과 복지혜택 요구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나친 임금과 복지가 장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또한 노동조합에 노동3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사용자 고유권한인 인사ㆍ경영권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지는 GM,뜨는 도요타 중 과연 어느 쪽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노사관계가 국내 노조활동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점,또 자동차 부문의 파업이 전후방 효과를 통해 부품 협력업체의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측면에서 현대차 노조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