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계의 대표적 원로 테너인 안형일(78) 씨가 아들, 며느리 등 가족과 함께 노래인생 55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꾸민다. 다음달 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27년 평북 정주 태생인 안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 20세 때 가족을 고향에 남겨두고 홀로 서울로 와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유학했고, 1957년 오페라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으로 주역 데뷔한 후 지금까지 70여 편의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테너계의 왕좌를 지켜왔다. 우리나라 오페라 운동의 태동기에 선구적 역할을 한 테너 이인선, 이상춘, 이인범 등의 뒤를 이어 해방 후 한국 오페라 50년 역사를 지켜 온 산증인이다. 안씨는 "50여 년 간 독창회는 단 한 번밖에 열지 않았을 정도로 오페라에만 매달려 왔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배역으로 푸치니의 '라보엠'에 나오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 역을 꼽았다. '라보엠'은 그가 지금까지 아홉 번 공연한 최다 출연작. 1983년부터 89년까지는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지냈고 92년 정년퇴임한 후에도 오페라축제, 가곡의 밤, 각종 콘서트 등 연주활동을 계속해왔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국립오페라단 종신단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두 아들과 며느리가 모두 음악인으로 음악가족을 이룬 안씨는 이번 공연에 가족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첫째 아들 종선(테너.우리랑월드 대표) 씨가 부인인 피아니스트 임희정 씨의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둘째 아들 종덕(작곡가. 상명대 초빙교수) 씨는 자신의 작품 '무반주 첼로 소나타 1번'(연주 왕혜진)을 선보인다. 둘째 며느리인 소프라노 박선하 씨도 오페라 아리아 두 곡을 부른다. "그동안 제자들을 많이 부려먹어 미안해서 이번엔 대신 가족을 불렀다"며 웃는 안씨는 "가족과 함께 하는 공연은 처음이라 기분은 좋은데, 첫째 아들이 쉰이 다 됐어도 내겐 아기같이 느껴져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그동안 즐겨 부르던 이탈리아 가곡 네 곡과 한국 가곡 두 곡,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서부의 아가씨' 중 아리아, 마지막으로 자신의 대표 아리아인 '라보엠'의 '그대의 찬손'을 부를 예정이다. 안씨는 "나이가 이제 여든이 되다 보니 힘들긴 하지만 건강을 타고난 덕에 아직도 노래를 한다"며 "그래도 '그대의 찬손'을 부를려니 걱정이 좀 된다"며 웃었다. 반주는 안씨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이성균(서울대 명예교수) 씨가 맡는다. 1만-5만원. ☎02-497-1973.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