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세·양도세 인상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득을 보는 지역이나 사람들이 제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지 않겠느냐"며 "그런 점에서 바꾸기 힘든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실장은 2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관련 세금의 지나친 강화가 조세저항을 야기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지난달 언급한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의 의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요컨대 이번 대책으로 이득을 보는 '이해집단'을 만들어 부동산 부자들의 저항으로부터 제도를 지켜내겠다는 것.정부는 그 이해집단으로 '서민'과 '낙후된 지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집부자 대(對) 무주택 서민''서울 강남 대 가난한 지방'이란 대립구도로 부동산 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서민과 지방 혜택 보게 정부 관계자는 "김 실장이 말한 '득을 보는 사람들과 지역'은 양극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 저소득층과 가난한 지방을 일컫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의 핵심인 집부자와 땅부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는 이들 취약 계층과 지역에 집중 지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방세인 재산세와 달리 중앙정부가 국세로 걷는 종부세는 전액을 가난한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준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말 첫 부과할 종부세(예상세수 6000억~7000억원)를 △전년보다 세수가 감소한 시·군·구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구 등에 우선 배분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로 늘어날 양도세도 서민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늘어난 부동산 세수로 저소득층과 가난한 지방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부동산 투기와 집값 급등이 불로소득을 유발해 빈부격차와 지역 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정부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저소득층에 오히려 손해 입힐 수도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세금 대책이 의도대로 서민과 지방에 이득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이 오히려 서민과 지방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금의 대폭 인상방침이 알려진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게 한 예다. 양도세 중과 방침을 접한 다주택 소유자들이 '시간 벌기 작전'에 들어간 데다 집을 장만하려던 무주택자들은 보유세 강화에 위축돼 전세로 돌아선 결과다. 전셋값이 오르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집 없는 서민들이다. 서울 강북과 수도권 변두리의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양도세 중과 방침에 따라 다주택자가 강남의 노른자위 아파트는 안 팔고 값이 덜 오른 강북 등의 소형 아파트를 먼저 매물로 던지기 때문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고가·다주택 보유자와 서민,서울 강남과 지방 등 '편 가르기' 접근보다는 합리적인 세제와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