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특허청을 책임운영기관 모델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앙 행정부처 소속기관만을 대상으로 운영되어 오던 이른바 책임운영기관 지정 범위를 청(廳)단위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행정자치부는 업무가 집행업무 위주로 구성돼 성과 측정이 쉽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특허청이 우선적인 고려(考慮)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화될 경우 대국민, 대기업 서비스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돼 주목된다.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되면 기관장을 공개 채용하게 되고, 그 기관장에게 조직과 예산 운영의 자율성이 부여된다. 물론 결과에 대해서는 보상과 책임이 수반된다. 이를 통해 행정 서비스를 개선하고 정부의 효율성도 높이자는 취지다.
모든 정부 부처를 책임운영기관으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특허청 같은 기관은 시도해볼 만하며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사실 특허청은 특허 실용신안 등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대표적인 민원부서가 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특허,실용신안 출원(出願)이 연평균 11%씩 증가했지만 심사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못하면서 심사 대기기간이 22개월에 이르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예산과 인력 운영의 제약 때문이다. 이래 가지고선 독일(10개월) 미국(18개월) 등 선진국과 제대로 경쟁할 수 없다. 정확하고 빠른 심사와 심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 충원이 특허청의 최우선 과제다.
특허청의 경우 이런 업무성격과 수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특별회계로 100% 예산을 충당할 수 있고 심사ㆍ심판건수 등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책임운영기관으로의 전환을 주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특허청을 청단위 행정기관의 책임운영 시범모델로 삼을 만하다.
문제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도 중앙부처 산하기관 중에 책임운영기관이 적지 않지만 당초 취지대로 조직 예산 인력 운용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자율성을 누리고 있고 또 성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이르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자세 또한 크게 달라져야 한다. 철저한 고객마인드로 무장되는 등 내부 혁신이 뒤따라야만 비로소 소기(所期)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