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으면서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상승률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7월 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서 원자재와 중간재 물가가 지난해 같은 때보다 3.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바이유 가격 폭등에 이어 고철 구리 천연고무 석유화학제품 등의 가격도 크게 오른 탓이다.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하던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대란(大亂)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원자재값 상승은 당장 소비자물가를 압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유가만 하더라도 연평균 10달러 오르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 10대 주력상품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수출감소폭이 연간 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벌써 도입원유의 주종인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평균 배럴당 33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45달러,8월에는 56달러선으로 치솟은 것만 보더라도 우리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마는 것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원유(原油) 및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목표를 낮추고 내년 경영계획의 윤곽도 잡지 못하는 등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될 뿐 아니라 수급불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데도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고 보면 한마디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당장에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물가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이런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급등에 대처하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의 수급불안에 대비해 원유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무엇보다 다급한 실정이다. 원자재는 언제든 가격급등과 공급부족에 따른 파동이 재연될 수 있으므로 정부차원의 비축물량 확대와 해외자원 개발,자원외교 강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