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휴업합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근의 뉴저지주 일부지역 관공서와 상업시설엔 이런 푯말이 나붙었다. 도서관은 물론 은행,대형 슈퍼마켓 등도 문을 열지 않았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문을 닫은 곳이 상당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전산망에 문제가 생겨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가 생긴 건 이런 상업시설만이 아니었다. 상당수 가정집의 인터넷망도 다운됐다. 원인은 전날 밤에 내린 비였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다음날인 16일.도서관과 은행 등은 전산망이 복구돼 일제히 문을 열었다.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폭우로 인해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대답만 되풀이됐다. 도대체 언제 고쳐줄 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국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처럼 환상적으로 빠르거나 다이내믹하지는 않더라도 인터넷망은 필요한 데마다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미국 공립고등학교의 3분의 1 이상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딸 수 있는'온라인 과목'을 채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터넷의 생활 활용도는 어쩌면 우리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인프라는 영 아닌 듯하다. 사실 지난 14일 밤 내린 비의 양은 1인치 정도(2.54cm)로 우리 시각으로 보면 자연재해도 아니다. 이만한 비에 비록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인터넷망이 마비된다는 것 자체가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아무리 자연재해라곤 하더라도 아무 대책없이 이틀씩이나 방치한다는 건 우리나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뉴욕 시내엔 우리나라의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불심검문이 한창이다. 무장한 경찰이나 폭발물 탐지견을 찾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온갖 첨단장비를 동원해 테러를 막으려는 나라가 인터넷망 하나 제때 복구하지 못하는 것(안하는 것인지 모르지만)을 보면 인터넷에 관한한 우리나라가 한참 앞서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터넷 분야에선 미국이 우리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