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발표한 8·15 광복절 사면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여권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사면"이니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니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야당은 한목소리로 사면을 비난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공평한 사면이 이뤄지기를 바랐었지만 전·현직 여권 인사들의 경우,형도 제대로 살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대상에 포함됐다"며 "이는 여권이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사면하기 위해 (야당 인사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원칙과 기준없이 여당 위주로 사면이 이뤄졌다"며 "앞으로 대통령이 자의로 사면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온 나라가 불법 도청과 불법 정치자금의 충격에 우려를 금치 못하는 상황에서 불법 정치자금 대상자들을 포함시킨 것은 이 정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야당의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정치인 사면은 특정인을 봐주기 위해 억지 기준을 꿰맞춘 흔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여권은 당초 대선자금 관련인사는 사면대상에 포함시키되 개인비리 정치인은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대선자금은 물론 개인비리에 연루된 정대철 전 의원이 빠지게 된다는 점이 여권으로선 고민스런 대목이었다. 여기서 등장한 게 '대선 때 선대위 직책을 맡는 등 공식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기준이었다. 반드시 구해야 하는 정 전 의원은 포함시키되 노 대통령 측근들을 대상에서 배제,'측근 봐주기'시비를 차단한 것이다. 비난여론을 일부나마 상쇄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였던 셈이다. 당장 정 전 의원 사면에 대해 무원칙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 전 의원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굿모닝시티로부터 돈을 받은 개인비리까지 사면한 것은 원칙과 형평성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형기를 3분의 1도 채우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인 봐주기 사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