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름 휴가의 의미‥박영준 <코리아리서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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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 코리아리서치 회장·yjpark@research-int.co.kr >
보통 때와 같은 시간대에 집을 나섰지만 평소와 다르게 도로 사정이 좋았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서울 도심의 교통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아진 것 같다.
덕분에 요즘은 사무실에 조금 일찍 도착해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점심 식사 약속이 있어 사무실을 나서는데 복도 한 켠에 여직원 2~3명이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어,그래요. 많이 바쁘지? 그런데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하고 있나?"
"내일 최 대리가 제주도로 휴가를 떠난다고 해서 부러워하고 있었어요."
"허허,그랬구만. 그래요. 재미있게 얘기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내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직장인들에게 여름 휴가란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생활에서 오는 무력감을 벗어 던지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모두들 휴가란 말만 떠올려도 기분이 좋아지고,휴가 계획 짜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난해 17대 총선 예측조사를 무사히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호주로 워크숍을 떠났던 일이 떠오른다.
브리즈번과 시드니의 아름다운 경관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그동안 쌓아온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털어내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저녁 우리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관광코스 중 하나인 해상 크루즈를 탈 기회가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서 멋진 흑인 노(老)가수의 라이브 노래가 이어지고,시드니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다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충전으로 업무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스트레스란 단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생활에 회의를 가져오게 하기도 하고,여기에 무더위와 무기력이 더해지면서 더욱 힘들어져 조용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바캉스(Vacances)라 부르나보다.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그동안 쌓였던 것을 비우는 게 바캉스라면 무조건 즐기기 보다는 무엇을 털어내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생각하며 여유를 즐긴다면 더욱 의미있는 휴가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