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8월 한달은 그야말로 휴가로 도시 전체가 텅 비어 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과 약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호텔까지도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0일 인터넷판에서 관광객들로 붐비는 파리 오데옹 지구의 3성급 호텔 루이스 Ⅱ가 여름 휴가동안 문을 닫은 사례를 들며 "유럽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휴가를 가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철저한 휴가 찾아먹기 덕분에 유럽에선 여름에 모든 일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느리게 진행된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소수의 인원만이 남아 일을 챙기기 때문이다. 관공서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여름에 유럽의 도시에 정착하게된 운 없는(?)사람들은 가뜩이나 더딘 일이 더욱 느리게 진행되는데 특별한 인내심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된다. 하지만 유럽의 유급휴가 역사는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됐다고 IHT는 몬트리올 대학의 경제사 담당 마이클 후버맨의 발언을 소개한다. 유급휴가는 1930년대 구 소련과 동구 국가들에 처음 실시됐으며, 서유럽엔 좌익 정당들에 의해 빠르게 도입, 확산돼 1930년대 후반엔 유럽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후버맨의 설명이다. 초기엔 노동자들이 1-2주 정도의 유급휴가를 얻는데 그쳤지만 오늘날엔 최소 4주(벨기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5주(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정도로 길어졌다. 특히 단체교섭 등에 의해 실제 유급휴가는 더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실제 근로자들의 평균 유급휴가 일은 이탈리아가 7.9주로 가장 길고, 이어 독일 7.8주, 프랑스 7주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호주에선 법정 최소 유급휴가 기간을 못박아놓지 않고 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민간 부문 근로자의 23%가 유급휴가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유급휴가를 받는 근로자들도 1년에 평균 9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차이점에 대해 유럽의 높은 세금으로 근로자들이 임금인상보다 휴가기간 연장을 더 선호하고, 유럽의 상대적인 강성 노조가 이같은 요구가 실현되도록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