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사랑한다는 말은 안해도/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사랑의 발자욱 끝없이 남기며….' 1969년에 나온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는 지금도 여름이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바다로 가라,가라고.그러나 노래는 핑계일 뿐.일상에 찌든 이들에게 바다는 탈출구다. 넘실대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밤 바람 시원한 모래밭에 누워 별을 세고,사랑하는 이와 손 잡고 맨발로 해변을 걷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일까. 여름철 해수욕장은 어디든 인산인해를 이룬다. 피서철에 가자면 서울에서 자동차로 7∼8시간씩도 걸리는 동해의 강릉 경포대는 물론 부산 해운대,서해의 보령 만리포 무창포 해수욕장 모두 초만원이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영종대교 덕에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인천 을왕리의 경우 물보다 사람이 더 많을 지경이다. 복잡하고 정신없어도 젊음은 넘치고,연인들은 깔깔거린다. 문제는 '백사장은 맨발로 걷기 어렵고,밤바다에서 별을 구경하기도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수욕장마다 사방에서 마구 터뜨리는 폭죽 연기와 포장마차 등에서 굽는 조개구이 연기로 하늘이 희뿌옇게 뒤덮여 별은 온데 간데 없다. 이뿐이랴.동해안이고 서해안이고 할 것 없이 해변엔 페트병,비닐,깡통,스티로폼,아이스바 막대기,담배꽁초,컵라면봉지,술병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하다. 밤이면 특히 삼삼오오 모여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 때문에 맨발로 걷기 겁난다. 인천 앞 해수욕장의 경우 밀물 때면 쓰레기와 거품이 밀려들어 발을 담그기도 껄끄럽다. 여름철 해수욕장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선 하루 평균 20t,해운대에선 15t의 쓰레기를 치우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나 한사람쯤' 혹은 피서지의 흐트러진 마음이 바다를 뚜껑 없는 하수도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에서 여름바다의 낭만을 즐기는 건 머지않아 꿈이 될지 모른다. 아찔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