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가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경우 현대차그룹의 북미시장 공략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5월 하순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현지 공장이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과 판매·마케팅 등에서 협력체제를 갖추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기아차 미국 공장 건립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시설을 갖추는데만 2~3년 가량 걸린다는 점과 미시시피주 인근의 조지아주 켄터키주 등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공장 부지가 바뀔 수 있는 점은 변수다.


◆왜 미시시피인가


현대차그룹이 기아차 북미공장 예정지를 미시시피 인근으로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의 거리가 자동차로 2~3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는 점이다.


미시시피에 공장을 세우면 국내 부품업체들을 동반 진출시킬 필요 없이 앨라배마 공장에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11개 국내 부품업체들의 생산 규모만 늘리면 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엔진 트랜스미션 섀시 등 대부분 핵심 부품을 공유하는 만큼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생산량이 연간 30만개에서 60만개로 늘어날 경우 생산원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부품업체를 함께 활용하면 공동개발이 가능해져 원가절감은 물론 물류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미시시피주에서 현대차가 앨라배마에 진출할 때와 비슷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계획인 만큼 공장 부지 무상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북미 거점확보 일단락


기아차가 미시시피에 공장을 설립하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의 격전지인 미국시장에 연구개발(R&D)에서부터 디자인-테스트-판매는 물론 두 개의 브랜드 차량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완벽한 일관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기술연구소 2곳(LA 디트로이트)과 LA디자인센터,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여기에 판매법인(HMA)과 생산시설(앨라배마 공장)까지 갖고 있지만 기아차는 LA에 판매법인(KMA)만 있다.


따라서 기아차가 미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되면 북미시장 공략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비해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미진한 실정"이라며 "도요타의 경우 북미에만 5개의 공장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너지 효과 기대


현대차그룹이 미시시피 공장 설립을 검토하게 된 것은 '이제는 기아 브랜드로도 미국시장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실제 기아차는 2001년 미국시장에 선보인 카니발을 시작으로 쏘렌토 스포티지 쎄라토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쎄라토가 JD파워의 2005년 상반기 초기 품질조사에서 동급 2위에 오르는 등 품질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내 판매량 역시 급격히 늘어 진출 첫해인 1994년 1만2000여대에서 지난해에는 27만대(시장점유율 1.6%)로 10년 만에 20배 이상 판매대수를 늘렸다. 올해는 29만60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가 현지 공장을 세우면 앨라배마공장과의 역할 분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전통적으로 레저용차량(RV)에 강점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이 승용차를,기아차 미시시피공장이 SUV와 미니밴,픽업트럭 등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건호·오상헌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