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30년 만기 국채를 다시 발행키로 한데 대해 월가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보유 자산의 성격상 초장기로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은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이들 회사의 관계자들은 "10년이 넘는 채권이 없어 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를 맞추는 게 힘들었다"며 "30년짜리 국채가 나오면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동안 기준금리가 없어 혼선을 빚었던 모기지(주택담보대출)회사들도 통상 30년인 장기대출에 대한 기준금리를 갖게 돼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물에 투자하는 케리 트레이드 헤지펀드들도 투자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 국채 매입을 늘려왔던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도 투자수단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30년물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봇 자산운용의 채권매니저인 빌 라킨은 "그동안 시장에서는 30년물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다"며 "30년짜리 국채 발행을 계기로 모기지금리 등 장기대출의 기준금리가 설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30년물 국채가 발행되면 단기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시장협회 관계자도 "최근 조사 결과 응답자의 98%가 30년 만기 채권이 발행되면 이에 투자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도 30년물 국채발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국채의 만기연장이라는 위험성을 피하는 동시에 조달비용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티모시 비츠버거 미 재무부 차관보는 "현재로선 50년물 국채 발행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30년물 발행만으로도 미 정부는 융통성 있는 조달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