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兪炳三 연세대 교수·경제학 > 지난달 말 산업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금년 1분기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작년 2분기의 12.4%를 정점으로 3분기 연속 감소세다. 반면 금년 1분기 제조업의 시간당 실질임금 상승률은 9.1%에 이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이다. 투쟁적인 노사협상 관행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더욱 확대됐기에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의 골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주5일 근무제 입법이 쟁점이 됐을 때 학자들은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반복해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으며 정치권은 결국 이를 법제화하고 말았다. 주5일 근무제가 고용을 증진할 것이라는 주장도 강했다. 그러나 이 주장들은 모두 산출량 증가세에 별다른 손실이 없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주5일 근무제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된 지금에 와서야 잠재성장률의 저하가 일반론이 된 듯하다. 한국경제의 또 다른 우울한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생각하는 건 분명 낭비일 뿐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지속적인 소득수준의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피해갈 수는 없다. 생산성 향상은 근로자의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설비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기술력이 향상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에서 전자는 지지부진하고 후자는 더디다. 그래서 노사 모두가 생산성 향상에 안이하게 대처하면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도 활력을 되찾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 임금 전망이 밝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일과 직장에 대해 긍정적 열정을 갖는 일이다.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요소들은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세는 적어도 설비투자에는 플러스의 영향력을 지닌다. 경영자는 투자대상만 걱정하면 되니 그렇다. 반대로 구성원들이 임금인상이나 고용보장 요구에 더 열심이라면 어느 기업인들 투자를 망설이지 않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투쟁적 노사분규는 단기적인 작업손실 이상으로 기업에 주름을 안긴다. 장기적으론 근로자에게도 손해가 되는 측면이고 협조적인 노사문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노사의 지위를 막론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게 참된 지도자의 의무일 것이다. 정치가들도 이 일에 진력해야 마땅하다. 둘째,업무효율 증진방안을 항상 모색해야 한다. 이 일은 대부분의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찾아내고 찾아내도 항상 숨어있는 것이 있다는 점은 보편적 진리이다. 특히 하급자들은 아직도 생각을 발표하는 데 소극적 성향이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품목이나 도구의 개선과 발명 같은 일도 위대한 발명가만이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셋째,근로자의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 주5일 근무제는 특히 이 부분에 대해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취미생활이나 외국어훈련 등과 같은 기회를 찾아 나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 업무의 능률을 향상시킬 소지가 있는 부분은 기업이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휴일에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을 직원들이 일정 규모가 되는 분야가 있다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한 예이다. 규모가 작다면 타 기업과 연합하는 방법, 또는 교육비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방법도 있다. 근로자의 능력향상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에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득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 참가에 잔업수당을 요구하는 이도 아마 없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