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앞으로 18평형 이하의 임대주택은 짓지 않고 대신 22, 26, 33평형 위주로 대형화해 나갈 방침이다. `싸구려'란 임대주택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고급화 이미지를 심는 한편 중.대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에도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 왜 나왔나 임대주택이 저소득층만 주로 거주하면서 슬럼화하는 현상을 막자는 데 있다. 더 큰 틀에서는 주택을 `소유' 개념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굳이 민간 분양주택을 구입할 필요 없이 임대주택에서 여유 있게 살겠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는 것.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하나로 보유세 대폭 인상 등을 검토 중인데 만약 그동안 계속 상승해온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가 오면 임대주택에 대한 인기도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임대주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므로 관리비 등도 적고 임대기간이 30년 이상으로 긴데다 임대주택에 살면서도 청약통장 순위는 그대로 유지되는 등 장점이 많아 젊은 부부나 은퇴한 노인층에는 인기가 높을 것이란 얘기다. 임옥기 시 주택기획과장은 "지금까지는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을 지었다면 이제는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주거로 바꾼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추진하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나 택지개발지구의 국민임대주택 단지에 대해서는 18평 이하를 짓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18평 이하는 기존 임대아파트의 96%(약 11만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대신 시민들이 선호하는 33평형의 비율을 현재 10%에서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일례로 1천가구 단지를 짓는다면 22평형을 350가구, 26평형을 400가구, 33평형을 250가구 정도로 하겠다는 것. 내년부터는 40평형 이상도 5% 이내로 지어 중산층도 입주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방침은 지난해 임대주택 사업지구로 지정된 곳 중 상암2, 강일2, 신내2, 신정3, 우면2, 세곡, 마천지구 등 7개 지구 1만3천가구부터 적용된다. 또 내년까지 지정될 사업지구 7곳 1만8천가구 등도 해당된다. 이들을 합치면 모두 3만1천가구로 이 중 33평형은 약 9천가구에 달하게 된다. 시는 또 주로 강남 지역에서 활발하게 추진되는 재건축사업에 따른 임대주택의 경우 26평형과 33평형을 주로 짓도록 행정지도를 한다는 방침이다. 재건축지역에서는 용적률 증가분의 25%까지 임대주택을 짓도록 돼 있으나 규모는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 또 재개발사업 때도 전체 가구수의 17%는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면서 30%를 18평 이하로 짓도록 하고 나머지는 자율로 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전체 연면적의 10%를 임대주택으로 지으면서 평형은 제한하지 않도록 건설교통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자재도 분양아파트와 같은 수준으로 하고 1천가구 이상 규모의 단지는 유명 건설업체가 시공해 우수한 품질을 확보하는 한편 업체 브랜드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임대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도록 돼 있는 분양아파트도 40%(현재는 15%) 정도는 45평형으로 지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뒤섞이는 계층 융합 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 문제는 없나 당장 임대주택의 기본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지원이라는 본질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것. 시는 이에 대해 현재 임대주택 공급량이 11만4천가구로 수급권자 9만1천가구를 이미 초과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2007년까지는 모두 15만가구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주택 중에서도 정부 국고 지원이 많아 임대료가 싼 영구 임대주택만 입주 대기자가 2만여명 될 뿐 재개발 임대주택 등은 지금도 매달 250세대 정도가 비어 신규 입주를 시키고 있다고 시는 전했다. 또 2001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임대주택 거주자의 60% 정도는 `조금 더 부담이 돼도 더 큰 평형 주택으로 옮기겠다'고 답하는 등 중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시는 말한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고급화하고 평형을 대형화한다고 해서 임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주택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뀔 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