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IT)업계에 친환경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내년 7월부터 납 카드뮴 수은 등 6개 유해물질이 들어간 전기 전자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특정유해물질 사용금지지침(RoHS)'을 발효하는 등 환경규제가 주요 수출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을 선포한 가운데 델컴퓨터 HP 인텔 등 다국적 IT기업들도 친환경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유럽 등 해외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가전업체들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대비책을 챙길 정도로 친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말까지 3300여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유럽환경지침(EU RoHS)이 규정한 6개 유해 물질의 사용을 중단하는 '에코파트너 인증'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업체에 작년 초부터 600여명의 인력을 투입,환경교육을 실시하고 16만여종에 이르는 부품의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해왔다. 8월부터는 유해물질 대체재료를 쓴 제품들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제품개발 단계에서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친환경 설계를 도입하는 '에코 디자인'시스템도 도입했다. LG전자도 김쌍수 부회장이 최근 경영회의에서 "유해물질 규제가 1년여 남았지만 대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초 친환경 기준에 맞는 협력업체에 인증을 수여하는 '그린파트너십'을 도입했으며 7월에는 유해물질 성분분석 시험소를 개설했다. 이 밖에 LG전자는 협력업체의 유해물질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해물질 관리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2월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안전규격인증기관인 미국의 UL로부터 6개 유해물질의 정확한 성분분석 능력을 인증받아 공식 '유해물질 시험소'로 지정됐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9월13일부터 EU 기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수출할 계획이다. 또 전지전자폐기물 처리지침(WEEE)에서 요구하는 재활용처리시스템도 유럽연합국가별로 컨소시엄을 구축,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델 컴퓨터,HP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신제품에 납땜을 줄이고 유해물질이 함유된 부품 사용을 줄여가고 있다. 델컴퓨터는 'RoHS' 규정을 준수한 데스크 톱 PC 2종을 지난 6월 말 한국에 선보였다. HP도 지난 6월 유럽 규제에 적합한 부품을 사용한 신제품을 내놓았으며 세계 양대 칩셋 제조사인 AMD 인텔 등도 납땜 비중을 낮추고 'RoHS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까지도 전자제품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주요국들의 환경규제 움직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고성연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