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의 선두대열과는 한 발 떨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기업은행[024110]에 대한 시장의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9천원대 중반에서 머물던 주가가 실적에 대한 기대감속에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더니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발표를 재료로 26일 오전 시장에서 근래 은행주로서 보기 드문 연 이틀 5%대 상승률을 보이며 1만1천원선을 가볍게 뚫었기 때문이다. 지난 1개월새 상승률은 벌써 20%를 넘어 은행 대표주 국민은행(12%선)을 압도하며 우리금융(21%선)과 함께 단기 수익률로는 최선두권으로 부각되고 있다. ◆ 자산건전성 대폭 개선..'인상적 실적' 평가 기업은행이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을 거둔 주된 요인은 무엇보다 자산건전성의 뚜렷한 개선에 기인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평이다. 충당금 적립전 이익은 감소했지만 자산담보부증권(ABS) 충당금 등 각종 충당금 적립액이 줄면서 이익규모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전재곤 애널리스트는 "기업은행이 2.4분기에 예상치를 상회하는 2천401억원의 순익을 내 2000년 이후 분기로는 최고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2.4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920억원이나 감소한 것이 수익호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도 "대손비용의 감소가 실적 개선의 주요인"이라며 "2.4분기 대손충당금 환입요인 등을 고려하면 3.4분기 실적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안정적 영업수익 증가와 대손부담 정상화 등으로 안정적 실적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1.4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낸데 이어 2.4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2.4분기 실적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충당금 비용감소가 이익증가의 동력으로 작용했고 자산 성장세도 견조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충당금부담 축소에 따른 실적개선과 달리, 수익성 지표가 하락하는 등 '이익의 질'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너무 빠른 실적 개선속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자산을 늘리면서 이익률을 희생한 결과 순이자마진(NIM)이 2.67%로 전분기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고 메릴린치는 "실적의 질적인 측면이 순익증가 만큼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며 NIM 감소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도 "2.4분기 이익이 정점일수 있다"며 "대출 증가세가 너무 빨라 전분기와 일괄적으로 비교하기 힘들어 향후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국내외 증권사들, 목표가 상향 '봇물' 급격한 이익증가가 실제 이익의 증가가 아닌 자산건전성 개선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 수익성 지표의 하락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지만 이날 증시에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증권사들의 기업은행에 대한 목표가 상향제시 보고서가 봇물터지듯 쏟아졌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의 자산구조상 예상대로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그 수혜의 폭이 여타은행에 비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종전 1만원선을 소폭 상회하던 목표가를 1만3천∼1만5천원대로 높이며 기업은행을 하반기 유력종목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종전 1만900원이던 목표가를 1만3천원으로 높였고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나란히 1만3천500원으로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또 우리투자증권과 세종증권은 각각 1만5천원, 1만4천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외국계 증권사들 역시 노무라증권이 1만3천500원을 제시했고 JP모건은 1만3천원으로 목표가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