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성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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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음식업,예술계의 공통점은? 종사자 대다수가 여성인데도 톱이나 리더는 남성이라는 것이다.
교사 대부분이 여성인데도 교장은 거의 남성이고,주방은 여성 차지지만 유명업소 주방장은 남성이다. 음대 미대에선 남학생 할당제를 실시할 지경인데도 이름난 작곡가와 화가 명단에서 여성은 찾기 힘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여성의 리더십 부족이 주원인이라는 것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결과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전자는 리더에겐 전문성과 헌신,끝없는 노력, 조직 안팎을 아우를 정치력 등이 모두 필요한데 여성에겐 이중 한두 가지가 모자란다는 거고,후자는 여성의 활동 내지 여성리더 자체를 거부하는 풍토 탓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가 만드는 힘은 무한한 법.분야별 여성 리더가 늘어나면서 남성 전용지대로 여겨졌던 부문의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한계)도 깨지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가 10대 교향악단 중 최초로 여성인 마린 앨솝을 상임지휘자에 임명한 것도 달라진 세상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때가 어느 때인데 상임지휘자 한사람 갖고"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이 교향악단 정식 주자로 채용된 게 40년대 중반이고,여성의 지휘는 60년대 후반까지 시비거리였다.
지금도 연간 예산 500만달러 이상인 50위권 교향악단 중 여성지휘자를 둔 곳은 3곳 뿐이다.
여성을 뽑지 않던 시절 남자들의 변은 간단했다.
하루 4∼5시간 연습이 힘겹다는 것과 '매력적이면 신경쓰이고 못생겼으면 불쾌해서 함께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심리학자 칼 시쇼어는 재능,지성,음악적 기질,상상력,지구력 등에서 남녀의 차이는 없고 다른 건 '목표 설정'뿐이라고 말했다.
앨솝은 콜로라도 음악감독을 거쳐 2001년 영국 본머스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가 됐는데도 볼티모어 단원들은 선임을 반대했다고 한다.
앨솝이 단원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고 세계 명지휘자 반열에 오를지,앨솝의 선임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이렇다 할 교향악단의 여성지휘자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