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2.05% 전격 절상함에 따라 국내 경제계에 일파만파의 충격파가 밀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평가절상 폭이 비교적 적긴 하지만 중국이 지난 몇 년간 미국 등의 평가절상 압력을 완고하게 버텨온 점,중국 내부의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절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절상 폭보다는 절상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가뜩이나 달러화 공급우위의 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단기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000원 선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일부 외국계 외환딜러들의 경우 그동안 위안화 평가절상을 전제로 국내 환율 저점을 달러당 930원까지 점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위안화 평가절상 이후가 더 문제"라며 "한 번의 절상으로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요즘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은 예측하기 어려워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또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중국에 대규모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의 제3국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킴으로써 해외사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글로벌 기업과 중국 현지 기업 간의 과당 경쟁으로 제조원가가 치솟고 수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업계의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경우 그동안 5% 절상을 전제로 경영에 미치는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매출이 1% 정도 줄어드는 등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자체 분석한 적이 있다. 따라서 2.05%의 절상 폭은 당초 업계의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의 동반 상승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추가 절상에 대한 불안심리까지 가세할 것이 확실해 국내 외환시장은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패닉(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하락에 따른 주요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는 이미 삼성전자가 실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중 전년 동기대비 10% 정도의 환율 하락으로 인해 9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으며 2분기에도 2000억원의 기회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LG 현대자동차처럼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이 같은 충격을 견딜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견 및 중소기업들은 달러당 1000원 이하의 환율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 심각한 국면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수입되는 원자재 및 반제품·완제품 가격상승 등의 여파로 제조원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중국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반기기도 한다. 대기업들도 중국 내수시장의 침체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삼성이나 LG의 경우 중국사업 비중이 30% 선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시장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외에 인도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중심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조일훈·류시훈·송태형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