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 크레듀 대표 mryoung.kim@samsung.com > "교직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150년 전통의 우리 대학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학습시장에서 경쟁자들에게 뒤처지고,평생학습 사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며,교실수업을 고집한 끝에 경쟁력 없는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 총장을 지낸 교수가 대학의 앞날을 걱정하며 쓴 책인 '기회의 창-디지털시대 대학의 생존전략'은 폐교를 눈앞에 둔 대학 총장이 교직원들에게 보내는 가상의 편지로 시작된다. 대학 총장이라면 이보다 더한 악몽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 대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대학의 고민과도 일맥상통하는지라 관심을 갖고 읽었다. 핵심 메시지는 급변하는 정보기술과 이와 결합해 커지고 있는 시장의 힘을 대학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선물해준 국내 모 대학 이사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그분은 자신이 몸담은 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낱낱이 털어놨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변신을 위해 주당 교수 1명의 강의 시간을 상당 부분 줄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수백명이 넘는 교수가 더 필요하다. 서울과 지방,두 캠퍼스 간 교류는 늘어가는데 물리적으로 해결 방법이 없었다. 또 서울캠퍼스는 더 이상 여유 공간이 없는 실정이었다. 학생들이 몰리는 특정 교과 편중 현상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사이버캠퍼스로 통합하고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은 아직 정보기술과 시장경쟁을 절실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지식 집약 사회가 될수록 대학은 다양한 연령의 고객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평생학습 사회는 대학에도 시장 경쟁을 강요한다. 대학의 경쟁자는 이제 대학만이 아니라 우수한 교육 콘텐츠와 정보기술,마케팅 능력까지 겸비한 교육기업과도 경쟁해야 한다. 정보기술의 도입은 사고방식의 전환을 수반하고 있어 고통스러운 것이다. 또 빠른 속도 때문에 예측이 불확실하니 서로를 쉽게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는 불확실하더라도 변화는 분명 다가온다. 커피 한잔 하는 시간으로 이 모든 걱정을 덜어낼 수는 없지만 사이버캠퍼스로부터 해결책을 찾고 있는 이사장님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