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15일 국내 유명 업체의 핵심 반도체기술을 유출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김모(46)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윤모(37)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국내 한 중소기업이 보유한 음성인식 및 소음제거 소프트웨어 소스코드(프로그램을 기록하고 있는 텍스트 파일) 등을 빼내 새 회사를 설립한 혐의로 김모(29)씨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핵심 반도체 기술 빼내 중국에 공장설립 시도= 검찰에 따르면 국내 유명 반도체 회사 A사에서 부장으로 재직했던 김씨는 2003년 5월경 퇴직 후 동료 직원들을 꾀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중국 공장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해 3월 조세면제국인 케이만 군도의 조지타운시에 반도체 제조회사 명목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어 김씨는 지난해 5~6월 우모(구속)씨 등 A사에 근무하던 핵심 엔지니어 5명으로 중국 반도체 공장 건설 준비팀을 구성, 이들에게 퇴사 때 반도체 제조공장 설계자료와 제조공정 기술관련 자료 일체를 복제해 반출토록 지시했다. 연봉 7천만~1억원에다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으로 김씨를 따라 나선 우씨 등은 NAND 플래시 90-120nm(나노미터) 기술의 개발현황 및 세부 공정자료, 양산방법 등 핵심자료들을 각자 CD, 메모리카드 등에 담아 빼냈다. 전원이 꺼져도 계속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MP3 같은 대용량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NAND 플래시 90-120nm(나노미터) 기술은 A사가 2002년 6월부터 2년간 연인원 200명을 동원하고 연구비 6천245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 2004년 A사 영업이익(약 2조원)의 60~70%를 차지할 정도의 주력 제품이다. 김씨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회사와 2억달러 투자의향서를 체결했고, 총 12억달러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었으며 중국내 전자회사와 플래시 메모리 판매를 협의하는 등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하다 지난달 국가정보원의 제보를 받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김씨가 의도대로 기술을 빼내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면 그 후 중국의 타 기업으로 기술이 이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이사가 기술 빼내 `딴살림'= 음성인식 및 소음제거 솔루션을 개발하는 I사의 기술이사이던 김씨는 처우에 불만을 품고 자신이 주축이 돼 개발한 I사의 기술을 이용,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김씨는 올 5월 퇴사하면서 자신이 개발하고 있던 소음제거 솔루션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회로도 등을 CD에 복사해 빼내는 한편 I사 팀장이던 원모(34)씨에게 함께 일할 것을 권하면서 I사의 음성인식 관련 기술을 유출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I사의 기술 중 하나인 소음제거기술은 오디오의 송ㆍ수신 과정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전달하려는 음향만을 정확히 전달케 하는 기술로 휴대전화의 송수신 감도를 높이는 획기적인 기술. 중소기업인 I사는 3년간 약 20억원을 들여 기술개발에만 매진해오다 최근에서야 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르러 휴대폰 생산업체와 계약 협상을 한 점에 비춰 이번에 유출사실이 적발되지 않았더라면 치명적인 손실을 볼 뻔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