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욘사마' 배용준이 일본을 처음 공식 방문했을 때,하네다 공항은 환영나온 5000여명의 인파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질린 공항측이 다음엔 다른 공항을 이용해 줄 것을 부탁할 정도였으니 그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11월에는 나리타 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팬들의 극성은 마찬가지였다. 할리우드와 유럽의 어떤 스타도 받아보지 못한 환영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한류(韓流)의 현장은 이웃인 중국 일본 대만은 물론 동남아 등지에서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대중문화의 차원을 넘어 그 효과가 다방면으로 파급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산 가전제품과 통신단말기가 고가로 자리매김되는가 하면,한국어를 배우거나 김치 고추장 라면 등의 음식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신조어인 '합한족(哈韓族)'이라 일컫는데 한국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란 애기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는 아마도 우리 역사상 가장 큰 문화파급이 아닌가 싶다. 과거 우리 문화는 기껏해야 일본 중국에 부분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 이처럼 광범위한 나라들을 열광시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류'라는 말도 한국문화의 기세가 워낙 당당해서 중국언론이 붙인 이름이다. 한류붐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류 확산의 전진기지로 세계 15개 도시에 '코리아 플라자'(Korea Plaza)를 만들어 '한(韓) 브랜드'를 심어가겠다는 구상을 엊그제 밝혔다. 한국어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학 등이 대상으로 '한 브랜드'의 세계화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가라오케와 인스턴트 라면,그리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세 가지가 일본을 이해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해외 각 나라 TV방송국의 애니메이션 방영권 구입자금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한류가 '한 브랜드'로 구체화되면서 욘사마를 넘어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향도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