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이 넘는 유산을 두고 유족과 연세대가 벌여 온 `날인없는 유언장' 소송에서 법원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치 않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5일 고(故) 김운초씨의 동생인 김모(70)씨 등 유족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는 피고 등의 법원 공탁금 및 예금 123억여원을 출금할 청구권을 갖는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재산을 대학에 기부한다'는 고인의 날인없는 자필 유언장을 근거로 "재산 상속권한은 대학측에 있다"며 독립당사자 참가신청을 낸 연세대측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위ㆍ변조의 위험이 많아 유언자 본인이 직접 서명하고 날인해야 효력을 지니도록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만큼 날인 없는 유언장만으로 고인이 연세대에 재산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은 유언장을 연세대측에 전달한 것이 아니라 은행 지점 대여금고에 둔 채 사망했으므로 대학측과 증여계약이 성립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고인이 12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것 외에는 연세대와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점 등도 판단에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1958년 서울 화곡동에 그리스도신학대를 설립하는 등 사회복지에 힘써왔던 고(故) 김운초씨가 재작년 11월 본인 날인없이 `전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한다'는 자필유언장과 함께 재산을 피고은행 한 지점에 맡긴 데서 비롯됐다. 유언장이 있는 지조차 몰랐던 김씨 유족은 김씨가 은행에 맡겨놓은 예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은행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급요청을 거부했다. 유족측은 "고인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효력이 없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연세대도 지난해 초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을 내 소송은 양측간의 법적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소송중이던 지난해 12월 김씨 유산 중 부동산과 현금 7억원은 연세대가 갖되 나머지 현금 120억여원은 유족측이 상속받는다는 내용으로 조정안을 내놨지만 양측 모두 이의제기를 했고 법원은 지난달 10일에도 같은 내용의 조정안을 양측에 제시했지만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