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기능성 웰빙 화장품'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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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를 바를까.콜라겐을 먹을까."
피부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을 표방하는 화장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 제도가 도입된 2000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3567개의 품목이 허가됐는데 이 가운데 작년에만 3분의 1이 넘는 1298개가 등록된 것은 그만큼 화장품의 중심이 '외모 가꾸기'에서 '피부 웰빙'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잡티 없고 탱탱한 피부를 가꾸려는 욕망은 여성은 물론 '꽃미남'을 선망하는 남성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커질수록 그늘도 깊어 비싼 가격에 효과는 턱없이 모자란 제품이 적잖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도 부족해 선택에 어려움이 많다.
요즘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화장품은 비타민C가 함유된 제품이다.
피부를 칙칙하게 하고 잡티를 만드는 멜라닌의 생성을 억제하며,피부조직을 이루는 콜라겐 생산을 촉진하고 유해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방어해 노화를 지연시킨다고 해서 많이 찾는다.
비타민C 제품은 일단 흡수율이 기대보다 높지는 않다.
비타민C는 식품이나 의약품 등에 묻혀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따로 분리되면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띠기 때문에 공기나 빛에 의해 산화되기 쉽다.
물론 최근에는 특수한 비타민C 유도체를 사용하거나 리포좀이나 나노캡슐에 비타민C 입자를 섞어 흡수율을 높인 제품이 나와 있으나 화학적 특성상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들은 바르는 비타민C를 권하면서도 이보다 흡수율이 10배 이상 높은 전기이온 영동법을 권하기도 한다.
특히 전기이온영동기계를 통해 고농축으로 활성화된 이온화 비타민C 를 피부에 침투시키는 바이탈이온트 치료기법은 흡수율이 10∼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객이나 의사마다 편차가 큰 실정이다.
콜라겐도 요즘 바르거나 먹는 화장품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콜라겐은 고분자 단백질이라서 진피 아래로 흡수될 수 없다.
다만 콜라겐은 수분을 머금는 함수력이 높아 글리세롤 같은 일반적인 유분제보다 천연고급 보습제의 역할도 맡는다.
먹는 콜라겐 화장품의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콜라겐이 소장에서 분해되면 일단 아미노산으로 쪼개지므로 이 아미노산이 피부를 이루는 콜라겐으로 재합성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주장이 있으며 콜라겐을 구성하는 옥시프롤린 같은 특수아미노산은 다른 영양성분에는 없는 만큼 효과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안건영 서울 고운세상 피부과 원장은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과 무릎연골의 콜라겐은 특성이 다르다"며 "소무릎연골(도가니)을 먹어서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가축이나 참치의 살코기 등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콜라겐 역시 피부과 전문의들은 가장 효과가 있는 게 콜라겐 주사라며 권유하지만 5∼6개월 정도 지나면 콜라겐이 피부에 묻혀 소멸되는 한계가 있다.
비타민A(레티놀)는 기능성 화장품 가운데 가장 먼저 보편화된 제품이다.
피부진피층을 자극,콜라겐의 재생을 유도해 미세 주름살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 피지생성을 억제하고 피부각질을 벗겨내며 새 피부를 돋아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티놀은 피부지질과 같은 지용성이라 수용성인 비타민C보다 흡수율이 높은 편이다.
나노 캡슐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피부에 바른 뒤 1∼2시간 후면 활성성분으로 변해서 거의 전부 진피조직까지 전달된다는 게 화장품업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흡수는 되지만 진피에 효과를 미치는 양은 기대치보다 낮고 일부 제품은 함량이 극히 적어도 '기능성'을 표기하고 있는 게 맹점이다.
레티놀의 경우 효과를 발휘하려면 레티날을 거쳐 레티노인산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에 따라 레티놀 함유 화장품 외에 레티노인산의 일종인 트레티노인을 직접 피부로 흡수시키는 일반의약품이 나오고 있다.
같은 활성성분으로 효과를 내지만 저함량 레티놀이면 화장품,고함량 레티노인산이면 의약품이 되는 셈이다.
의약품으로서 트레티노인은 피부각질 제거 및 재생 효과가 더 강렬한 만큼 사용상 피부자극에 보다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기능성을 강조하는 화장품은 피부약리학적으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연구돼 있지만 실제로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
이상준 서울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은 "기능성 화장품은 단독으로 효과를 보기는 힘들고 치료효과가 함량이나 흡수율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며 "피부과 치료의 보완 수단으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