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탈(脫)중국'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섰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유출을 우려,생산기지를 일본 내로 유턴시키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일본기업들의 대중 진출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발간된 통상백서를 통해 해외 투자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에 분산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경제산업성은 '일본·동아시아 간 새로운 차원의 경제 번영을 향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연례 보고서에서 과열투자와 생산비용 증가 등 '차이나 리스크'를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중국에서 벗어나 인도와 아세안(ASEAN) 등으로 눈을 돌릴 때"라고 강조했다. ◆과열투자 리스크 일본 정부가 지목한 차이나리스크는 △생산비용의 가파른 상승 △심각한 기술 유출 실태 △과열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과 은행권 부실 증가다. 특히 과열투자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고도성장기에 정부 주도 인프라 투자로 경제를 도약시킨 것은 일본 한국 대만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의 경우 방대한 영토로 인한 중앙 정부의 통제력 한계와 지방 정부들의 경쟁 심리 때문에 세계에 유례없는 과열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연평균 10.2%씩 성장한 1960년대와 한국이 9.2%씩 성장한 1980년대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정자산투자액은 연간 30% 안팎이었으나 중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연평균 40.5%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과열투자의 부작용은 공급초과와 은행권 부실대출 증가로 이어져 이미 지난해 상반기 중국상품 600개 중 80%가 공급초과였다. 실제 의류 가전 자동차 등은 공급과잉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비용 증가 중간간부임금과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도 중국이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 비해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를 잃게 된 이유다. 일본 요코하마,서울,홍콩과 중국 및 아세안 주요도시를 비교한 결과 일본 요코하마의 과장 연봉을 80이라할 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태국 방콕,필리핀 마닐라 등 아세안 주요 도시는 50을 훨씬 밑도는 반면 중국 상하이는 이미 50에 달했다. 특히 전기·수도·가스요금은 중국 선전이 요코하마와 홍콩에 육박할 만큼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내에서 민족 기업 육성 바람이 불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방조 속에 지식재산권 침해로부터 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 정부가 탈(脫)중국을 권고하는 근거다. ◆인도와 아세안이 대안 일본 정부는 아세안과 인도를 중국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은 중국에 비해 생산 비용의 상승세는 더딘 반면 소비지출 신장 속도는 빨라 중국을 대신할 수출기지 및 성장시장으로 지목됐다. 또 아세안은 중국과 자유무역지대(FTA) 구축을 위해 이번 달부터 중국과 상호 관세를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장기적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생산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최근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인 6.8%보다 높은 7%를 기록하고 중산층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중국의 대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