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가진 초고가 인체단백질을 유전공학 및 복제 기술을 써 동·식물로부터 얻어내 난치병 치료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국내에서 활발하다. 3일 업계 및 연구계에 따르면 서울대,농촌진흥청,엠젠바이오,넥스젠 등은 형질전환(유전자조작) 동·식물로부터 인체단백질을 대량 생산해 기존보다 1000분의 1 정도의 가격에 보급하려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빈혈치료성분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등 인체단백질은 주로 미생물을 통해 생산되고 있지만 추출되는 양이 적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PO의 경우 1g당 4억~5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 치료용으로 일반화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을 이용한 인체단백질 생산은 주로 돼지를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돼지는 인간과 생리·해부학적으로 비슷할 뿐아니라 포유류 가운데 개체 생산이 비교적 빠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돼지에서 혈우병 치료에 쓰이는 '폰 빌리브란트 인자(vWF)',혈전용해성분인 tPA,EPO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진흥청은 지난해 10월 형질전환 돼지의 젖으로부터 vWF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vWF를 이용한 혈우병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벤처기업 엠젠바이오는 젖에서 조혈인자 성분이 나오는 복제돼지를 만들고 있다. 현재 인간유전자를 넣은 돼지의 줄기세포주를 만든 상태이며 이를 착상시켜 올 하반기에 복제돼지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한재용 교수는 닭의 줄기세포에 EPO와 tPA 관련 유전자를 넣은 후 수정란에 이식,각 성분이 든 달걀을 낳는 형질전환 닭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에서 인체단백질을 추출하려는 연구도 활발한 편이다. 바이오벤처 넥스젠은 지난 5월 사람의 '갑상선 자극호르몬 수용체(TSHR)' 유전자를 담배에 이식해 여기에서 'TSHR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넥스젠은 TSHR단백질을 이용해 갑상선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용만 박사는 "동·식물로부터 많은 양의 인체단백질을 얻어내는 기술 개발이 쉽지 않는 데다 개발하더라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되기 까지는 적어도 5∼10년가량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