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5위의 석유수출국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주축으로 한 카리브해권 역내 에너지 기업 페트로카리브(Petrocaribe) 창설 과 함께 이른바 `카리브 석유동맹'이 출범했다. 쿠바 등 카리브해권 13개국은 29일 밤(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카리브 에너지 정상회담을 폐막하며 베네수엘라가 역내 석유 배분권을 갖는 페트로카리브 에너지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바베이도스와 석유를 일부 생산하는 트리니다드토바고 두 나라는 협정 서명에 앞서 검토할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카리브해변 푸에르토 라 크루스 시(市)로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해 15개국 정부 대표들을 초청했다. 그는 페트로카리브 투자 참여 회원국에는 자국이 특혜금융과 함께 싼 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하겠다며 역내 에너지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13개국의 서명이 끝난 후 "나는 이젠 행동에 나설 것이며 카리브해 각국 국민이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대의 효율성을 기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차베스는 페트로카리브의 역할에 대해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미국 주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계획의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 통합의 일부분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트로카리브 출범 초기 자금으로 자국이 5천만달러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FTAA 창설에 제동을 걸 남미 좌파권 주도의 대체 무역지대인 이른바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의 대안(ALBA)' 구성을 위한 `ALBA카리브'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차베스는 유가가 현재와 비슷하게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초과할 경우 페트로카리브 참여 회원국에는 정상 판매가에서 40%를 할인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페트로카리브 참여국들에 석유를 직접 실어나를 비용을 부담하고 카리브해권 현지 석유 저장시설 설치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페트로카리브는 고유가를 등에 업고 석유를 무기로 카리브해권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도 동시에 자연스럽게 동맹세력을 얻기 위한 차베스 식 '석유외교'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심각하게 대립해온 차베스는 역내 `에너지 동맹'을 통해 외교적 우군을 얻고 나아가 미국 중심의 FTAA 대신 남미권 중심의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행보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