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전체인구의 14%에 해당하는 1천100만명의 재외국민에게도 대선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멕시코 연방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내년 7월 차기 대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멕시코 하원은 28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앞서 상원에서 의결된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권 부여 법안을 표결에 부쳐 455대(對)6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통과되자 의사당에 모여있던 해외이민 단체 관계자들은 `비바 메히코(멕시코 만세)!'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재외국민 투표권 법안 지지 입장을 보여온 비센테 폭스 대통령도 법안 통과 후 곧바로 "멕시코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야 할 일"이라며 환영했다. 이날 이웃나라 벨리즈를 방문 중인 폭스 대통령은 수행기자들에게 "정계 입문 이후 내가 계속 도입을 주장한 정책이 승인됐다는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국제 정보 등 식견을 갖춘 멕시코 해외이민자들이 국내 선거과정에 기여할 길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번에 통과된 재외국민 투표권 법안은 투표용지를 외국에 나가 있는 등록된 유권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면 해외 이민자들은 기표후 이를 다시 선거관리 당국에 우편 발송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멕시코 주요 정당들도 느린 처리과정과 고질적인 부패로 악명높은 멕시코의 그간 우편업무 관행으로 볼 때 재외국민까지 포함한 부재자 투표를 과연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를 표명해왔다. 원내 제1당인 제도혁명당(PRI)은 당초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으나 장시간 협상 끝에 본회의 투표 직전인 이날 오전 상원 의결 법안을 수정 없이 채택하기로 극적 합의를 봤다. 이번 법안이 내년 7월 실시되는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 폭스 대통령의 현 집권 국민행동당(PAN)이나 그이전 71년간 집권한 PRI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식선에서 제기돼왔다. 이는 멕시코 재외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으로 이민간 멕시코인들은 국내 일자리가 없어 이민을 갔다는 점에서 그동안 집권했던 정당이 기본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현행 멕시코법상 재외거주 멕시코인은 이중국적을 취할 수 있고 국내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법적으로도 유지하고 있으나 부재자 투표에서 제외돼 실질적으로는 선거 참여가 불가능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는 미국내 상당수 멕시코 이민자들이 멕시코 북부 미국 접경지에 설치된 특별 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고 접경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금방 동이나는 경우가 많았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