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형식을 띤 단편 영화 '사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영화는 국내에서 단편은 물론 장편 영화 중에서도 찾기가 힘든 장르. 스물 네살의 영화 학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민숙(여) 감독은 자신의 첫번째 단편영화로 제4회 미쟝센단편영화제(23-29일)에서 상영되는 이 영화에서 살풀이와 가곡류의 음악에서부터 랩과 여성그룹 스타일의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음악을 등장시키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여성. 그녀는 철저히 유교적인 의식인 장례식을 치르며 힘들어하고, 현실과 환상이 섞여있던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한 미소년을 향해 욕망을 느끼기 시작한다. 전례를 찾기 쉽지 않지만, 김 감독이 뮤지컬 단편이라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은 뮤지컬이 영화의 주제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제 개막 전에 만난 김 감독은 "여성의 욕망에 대한 얘기라는 것이 먼저였고 이후에 뮤지컬이라는 형식이 따라온 것"이라며 "여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기복과 변화를 설명하는 데 음악이라는 요소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음악의 '낯설게 하기'는 유교적인 가치관에 반하는 내용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는 남자 관객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남편의 보호 하에서 살아왔던 영화 속 여주인공은 장례식장에서 겪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통해 자의식을 발견해간다. 여주인공이 욕망을 느끼는 대상이 '미소년'인 이유 역시 '마초적' 남편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적이고 엄한 집안에서 자랐다"는 감독은 "자신 뿐 아니라 또래의 여자들이 흔히 가질만 한 생각을 영화 속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함께 만든 스태프들의 대부분은 감독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전공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다. 음악과 안무를 담당한 스태프도 마찬가지. 대학 작곡과와 아마추어 래퍼인 친구들, 무용 전공의 학생이 참여했다. "음악에 관해 아는 게 적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음악을 담당한 스태프들과 소통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김 감독은 "제작비가 넉넉치 않아서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마워했다.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게 겁이나' 다니던 미대를 그만두고 영화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는 그는 영화 만들기의 매력에 대해 "화면을 통한 의사소통"이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레오 카락스나 장 피에르 주네, 프랑수와 오종 등의 영화가 좋다"고 말하며 "영화가 막연한 생각을 가장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이 며 긴 호흡의 장래 계획을 밝혔다. 있다. 앞으로 어떤 형식이든 계속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살고 싶다"고 긴 호흡의 장래 계획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