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이후 2년동안 미국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으며, 이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 시각이 미국보다 더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3일 공개됐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말까지 전 세계 16개국에서 국가별로 약 1천여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인 서유럽국가들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특별한 관계'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온 영국의 경우 미국에 우호적인 시각을 보인 사람은 55%인 반면, 중국에 우호적 시각을 보인 사람은 65%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58%가 중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봤지만 미국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나타낸 사람은 43%에 그쳤으며 이러한 경향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히 이슬람 국가 중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와 파키스탄, 요르단에서는 20%만이 미국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보여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중국보다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국가는 인도와 폴란드였으며 캐나다인의 경우 중국과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같게 나타났다. 퓨 리서치 센터의 앤드루 코허트 소장은 "유럽 대중들이 미국을 그처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 "특히 중국에 대한 평가와 비교해 볼 때 더 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의 대외 이미지가 2003년 이라크전 이후 급격히 나빠졌으며 손상된 이미지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 스페인과 같은 서유럽 국가에서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미국의 이미지는 비교적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지난해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때 미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던 인도네시아의 경우 미국의 이미지가 다시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확산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 정책을 우려하면서도 자국의 민주주의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서는 절반 이상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영국과 독일의 경우 지난해보다 지지율이 감소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도가 2년 전 63%에서 올해 26%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러시아 국민의 지지도도 지난해 73%에서 올해는 55%로 하락했다. 이슬람 국가의 경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도가 낮았으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2003년 23% 지지도에서 올해는 50%로 크게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조사에서는 미국과 인도에서만 사담 후세인 전복 이후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답했을 뿐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이라크전 이후 세상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는 등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특히 조사대상국 중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았던 10개국에서는 자국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견해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밖에 대부분 응답자들은 미국이 국제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다른 나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미국과 같은 군사력을 지닌 나라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중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답변은 소수였다. 한편 유럽인들은 환경보호에 있어 미국보다 자국을 더 믿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독일의 경우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독일인들 스스로는 자국이 별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이 조사결과에 대해 조사 대상 국가들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부시 대통령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국가별 표본수에 따라 ±2~4%다. (워싱턴 AP=연합뉴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