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린 한.일 OB축구대표 자선경기를 앞두고 한국 OB팀 지휘봉을 잡은 김호곤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40대 줄에 들어선 제자들에게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유니세프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이번 친선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선수대기실에서 오랜만에 모인 전 국가대표 출신 제자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공을 올리지 말고 공을 잡으면 무조건 짧게 패스하라"고 작전 지시를 내렸다. 이제 아저씨(?) 호칭에 신물이 날 만한 제자들이 쉽게 지쳐 후반에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할까봐 염려해 나온 작전. 김 감독은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가급적 뛰지 말며 짧은 패스를 빠르게 계속해 전진하라"며 "많이 달릴 수 있는 친구들이 몇이나 있겠나"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패스보다는 공을 올려주고 스피드를 이용해 돌파를 시도했던 80년대 국가대표들도 이제는 세월 탓에 두툼하게 두른 뱃살을 고려해서라도 현대 축구의 흐름인 세밀한 패스 위주로 플레이를 해야되는 것. 최순호 전 포항 감독을 비롯한 80년대와 90년대 초반 한국 축구를 이끌던 스타들은 서로 '술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할 것'이라며 농담을 주고 받으며 김 감독과 함께 작전을 구상하고 선발라인업에 대해 상의했다. OB 선수들은 자신들의 체력에 자신하지 못하는 표정. 교체 멤버로 뛰기로 자원한 이태호 신한고 감독은 "오래 전에 치열하게 경기를 벌였던 일본 선수들과 다시 해후하는 것이 즐겁다"며 "얼마나 뛸 수 있을지는 일단 뛰어봐야 알겠다"고 웃음 지었다. 최순호 전 포항 감독도 "오랜 만에 뛰는 경기라 자신할 수 없지만 스트라이커로 한 번 옛실력을 발휘해보겠다"고 말했다. 체형에 세월의 무게가 역력하게 나타난 제자들의 체력을 걱정하던 김 감독은 경기전 스태프를 통해 모리 감독에게 선수 교체를 수시로 할 수 있고 교체됐던 선수도 다시 뛸 수 있도록 제안하기도. 경기 전 일본 OB팀 사령탑을 맞은 모리 다카지 J리그 우라와 레즈 단장과 반갑게 인사한 김 감독은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는 유니세프 기금 마련을 위해 축구가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본은 우리와 숙적이지만 공유와 접촉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리 감독은 "김 호 감독과 경기장에서는 라이벌이었지만 밖에서는 친한 친구로 지냈다"며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좋은 취지의 행사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이광빈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