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을 불과 사흘 앞두고 판교 신도시의 25.7평 초과 택지공급을 잠정 유보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향후 판교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 가능한 방법을 모두 연구해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시 = 1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부와 여당, 청와대간 부동산정책 간담회에 배석했던 한 참석자는 "판교 25.7평 초과 택지 분양 잠정유보는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전했다. 최근 강남과 분당, 용인, 과천지역의 집값 급등세가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이라는 인식에 공감대가 이뤄진 가운데 그 원인의 하나로 `판교 분양가 문제'가 거론되자 판교 분양을 늦추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는 거였다. 일부 참석자는 노 대통령의 깜짝 지시에 예상치 못했던 듯 어리둥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판교의 택지 분양을 잠정 보류한뒤 이를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공영개발방식을 검토하라던가, 중대형 공급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주문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회의결과 발표직후 분양 보류의 배경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됐다. ◆지시 배경은 뭘까 =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은 집값 안정을 위해 판교를 어떻게 처리할까를 놓고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5.7평 이하 아파트 택지의 분양 추첨이 이날 끝났고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가 적용되는 25.7평 초과 택지의 아파트 신청마감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불보듯 뻔한 시장의 충격'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지시한 배경은 그만큼 요즘의 부동산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은 일부 지역의 문제"라는 정부 일부 부처의 주장과 달리 청와대와 여당은 집값 급등이 참여정부의 위기를 몰고오는 충격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브리핑에서 "부동산 정책 백지상태서 재검토"라는 표현을 썼다가 "전반적 재검토"라고 고친 것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케 한다. 건설교통부는 청와대 회의직후 청사에 모여 회의를 연뒤 경기도, 성남시, 토지공사 등 판교 사업시행기관에 전화연락을 취해 택지분양 연기 공고와 사과문을 발표토록 후속조치를 취했다. ◆판교의 앞날은 = 청와대 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18일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판교신도시 실무자들은 쉴새없이 바빴다. 이미 일부 필지의 분양이 이뤄져 "판교의 개발계획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오다 하루 아침에 `분양 보류' 결정이 내려졌으니 그럴만도 했다. 건교부는 일단 판교대책으로 거론되는 `공영개발론', `중대형 주택 공급확대 방안'에 중점을 두고 검토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가능성있는 방안은 중대형 공급확대다. 여당내에서 10% 물량 확대 방안이 나온데다 개발계획을 모두 손대야 하고 사업시행자의 비용부담, 향후 운영방안 등을 재검토해야 하는 공영개발보다는 중대형 공급확대가 중대형의 수급조절과 시장 안정에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안대로 10% 확대가 될지, 이보다 물량이 더 커질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 하지만 용적률 및 물량 조절이 어떻게 되더라도 판교의 개발계획을 바꾸는데는 과제가 적지잖다. 먼저 25.7평 초과 택지의 150-180%인 용적률을 조정해 공급물량을 늘리려면 5-15층인 층고가 높아질 수 밖에 없어 국방부와 60m 층고제한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 시공사가 선정된 기존 25.7평 이하 택지에서 물량을 확대할 경우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밖에 없고 단독택지를 공동주택용지로 전환하더라도 토지이용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게다가 환경단체의 반발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판교에서 주택물량 공급 확대를 추진하던 공무원을 징계까지 내린 정부가 1년도 채 안돼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엉크러질대로 엉크러진 판교 개발계획이 어떤 모습으로 또 뒤집힐 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