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가 마침내 승률 1위에 올랐다. 박찬호는 1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1승을 추가, 마크 벌리(시카고 화이트삭스), 맷 클레멘트(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7승1패, 승률 0.875로 규정 투구 이닝을 채운 아메리칸리그 투수 가운데 승률 공동 1위에 올랐다. 규정 투구 이닝을 채우지 못한 투수들 가운데 승률 1.000을 기록 중인 투수들이 있으나 승패를 합친 수가 14가 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규정투구 이닝을 채우지 못한 구원투수가 승률왕에 오른 것은 양대리그를 통틀어 2000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승3패를 거둔 맷 허지스(당시 LA 다저스)가 유일할 정도다. 그러나 높은 승률에두 불구하고 지역 언론의 반응은 아직 썰렁하기만 하다. 최근 썩 좋지 않은 투구 내용에다 결정적으로 방어율이 5.15로 너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7승1패를 기록 중인 벌리와 클레멘트는 각각 방어율 2.91과 3.76으로 같은 7승1패의 박찬호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6승 이상을 거둔 투수 가운데서도 방어율 5점대를 기록 중인 투수는 박찬호를 빼고는 6승4패, 방어율 5.36의 시드니 폰손(볼티모어 오리올스)과 6승6패 방어율 5.15의 제프 위버(LA 다저스) 뿐이다. 올스타전 출전을 노려볼만한 승률이지만 이 역시 높은 방어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텍사스 지역신문 '댈러스-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의 레인저스 담당 T.R. 설리반 기자는 16일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의 올스타 출전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태라면 아무리 승률이 좋아도 안 될 것"이라며 "텍사스에서 1순위는 케니 로저스이고 크리스 영이 다음 순위다"라고 잘라말했다. 8승2패의 로저스는 16일 현재 방어율 2.02로 아메리칸리그 방어율 1위에 올라 있고 6승3패의 영은 2.78로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설리반 기자는 "박찬호가 앞으로 패배를 당하지 않고 2승 정도를 보태고 방어율을 4점대 초반으로 끌어내린다면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95년 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양대리그 승률 1위를 차지한 선수들 가운데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방어율이 가장 높았던 승률 1위가 200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20승6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에 오른 팀 허드슨의 4.14다. 이제는 승률왕에 도전하는 투수답게 방어율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알링턴=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