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대우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로 해외로 출국했었다고 검찰에서 밝힘에 따라 향후 김 회장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는 14일 오후 "김 회장은 자신이 해외로 도피한 데 대해 '대우그룹을 정리하려는데 그룹 총수가 국내에 남아있으면 서로 부딪히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잠깐 나가있어 달라'는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를 수용해 외유길에 올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김 회장이 2003년 1월 미국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출국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DJ가 나가라고 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말이 맞다면 왜 채권단이 김 회장에게 출국을 권유했을까.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김 회장이 출국하기 두 달 전.1999년 8월26일 제일은행과 산업은행 등 대우그룹 채권단은 ㈜대우 등 12개 주력 계열사에 대한 7억달러 지원과 함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전격 단행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9월6일에는 ㈜대우 대우자동차를 제외한 10개 계열사가 은행관리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이처럼 그룹해체 작업이 긴박하게 진행되던 같은 해 10월 중국 옌타이의 대우자동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차 출국한 이후 기나긴 해외 도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채권단측에서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그룹 총수에게 해외 도피를 권유했다는 정황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당시 채권단 관계자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대우 사태 당시 주채권은행이었던 제일은행의 류시열 전 행장은 "채권단은 김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내야 할 입장이었는데 나가 있으라고 했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그런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제일은행으로부터 대우그룹을 넘겨받아 현재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의 당시 대우그룹 담당자도 "당시 채권단은 김 회장을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며 "대우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인데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룹 총수를 해외에 나가라고 말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채권단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국민의정부 핵심 인사들의 권유에 의해 김 회장이 출국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시 정권의 '핵심'이 김 회장에게 대우 몰락에 대한 형사적 면죄부를 주고 대우자동차 경영권 회복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출국을 설득한 게 결정적인 이유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과 당시 핵심 경제 관료들은 이를 강력 부인해왔다. 이들은 '부실 경영을 통해 국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지웠다'는 비난 여론을 두려워 한 김 회장이 자의적으로 출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 회장이 귀국한 지금까지도 DJ 정권 핵심부 또는 경제관료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계 관계자들은 "당시 대우그룹 관련 모든 사항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이어서 대우그룹 처리에 관한 한 채권단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영춘·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한국을 떠난 건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2003년 1월22일 김우중 전 회장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김우중씨가 출국 직전 김대중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됐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2003년 1월24일 신중식 청와대 국정홍보처장) △"김우중 회장의 출국은 김 전 대통령측이 종용한 데 따른 것이다."(2003년 7월 동아일보 보도) △"김 전 회장은 채권단과 임직원이 대우를 정리하기 전에 잠시 출국해 있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서 따랐다고 말했다."(2005년 6월1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