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한 일이다. 집값이 오르면 응당 좋아해야 할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지나친 집값 폭등에 놀라 냉각기를 갖자며 집단 휴업에 들어갔다. 그 속내가 짐작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은 틈만 나면 '투기와의 전쟁'을 반복하고 있고 지난 2년여 동안 세금이다, 개발이익 환수다, 신도시 건설이다… 손꼽기 힘들 만큼 수도 없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는 데도 아파트 값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 세상에 이런 미스터리가 또 있을까. 정부의 끊임없는 대책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더욱 부추기는 자극제가 됐다. 지금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아파트 값은 아무리 보아도 너무 비싼데 폭등세가 멈출 기미조차 없다. 겨우 몇 달 만에 집값이 몇억원씩 오르는 '비정상'도 오히려 예삿일이다. 강남 집값을 잡자고 시작한 판교 신도시 개발은 아예 주변 아파트 값에 불을 붙이는 뇌관(雷管)이 되고 말았다. 뭐가 잘못된 건가. 분명한 것은 부동산에 관한 한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가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게 경험칙(經驗則)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투기의 베테랑들은 온갖 대책들이 쏟아지는 지금이야말로 부동산에 더 베팅할 때라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간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했다. 이 모양이니 정부는 '군청 수준'의 부동산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실 집값 문제의 근원은 강남이다. 살기 좋고 자식 교육시키기에 좋은 강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회만 닿으면 이 곳 주민이 되지 못해 안달하는 블랙홀이다. 당연히 집값이 자꾸 오를 수밖에. 결국 집값 문제의 해법도 강남 말고 다른 데서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남에서 아파트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인 데도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강남을 누르기만 하고 있다.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어느 곳이 강남을 대체할 수 있을까. 가렵지도 않은 엉뚱한 곳을 긁고 있는 격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강남 재건축 규제를 모조리 푸는 건 어떨까.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층고 제한을 풀고 지금 100가구 단지를 200가구,300가구로 늘려 짓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당장 재건축 집값 폭등이 두려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어렵겠지만 그것만큼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있겠는가. 그런 다음 강남이 과밀화된다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세금으로 투기를 잡겠다는 것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투기꾼들이 누구인가. 여러 채의 집을 사모아 온갖 방법으로 집값을 부추겨 불로 소득을 챙기고 집 없는 서민들만 고달프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2003년 정부 추산만으로도 전국 508만가구 아파트 가운데 무려 49만여명의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109만여채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채 이상의 아파트 소유자도 6만4000여명이다. 강남 지역 거주자만 따져도 3만8000명이 9만2000여채를 소유하고 있다. 양도세 올려 보았자 집값에 세금 인상분까지 얹혀지고 매물만 더 부족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그보다는 이들로 하여금 남는 집을 팔도록 하는, 계속 갖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만큼 보유세를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아마 집값 잡기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부작용은 생각지 않은 지나친 발상 아니냐고? 이대로 가다가는 온통 집값 태풍에 휩쓸려 나라마저 결딴나겠기에,정말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